리수용 북 외무상,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2015. 10.1)

 

의장 선생, 

나는 당신이 뜻깊은 유엔총회 제70차 회의 의장으로 선거된 것을 축하합니다.

'유엔 70년, 평화와 안전 인권을 위한 길' 주제의 본회의가 훌륭한 결실을 거두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유엔이 걸어온 70년을 돌이켜보고 앞길을 설계하는 중대한 역사적 시점에 서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70년 간의 유엔의 활동에서 이룩한 성과에서 경험을 찾고 실패에서 교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도 지난 70년 동안 인류는 세 번째 대전을 모면하였습니다. 

이것은 유엔 창립의 가장 기본적 동기로 되었던 반전평화의 숭고한 이념의 승리로 꼽아야 할 것입니다.

새천년기에 들어들면서 세계의 빈곤층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것 역시 평화와 함께 유엔의 2대 핵심 사명의 하나인 '개발을 위한 협조' 이념의 승리로 자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70년 동안 세계는 평온해본 적이 없으며 인류는 편안해본 적이 없습니다. 

세계는 그동안 수백 차례의 크고작은 전쟁과 무장충돌들을 겪으면서 몇 번이나 핵참화의 문턱에까지 갔었습니다.

인류가 요구하는 것은 깨어지기 쉬운 살얼음장 같은 평화가 아니라 반석 같이 공고하고 항구적인 평화입니다.

주인에게 굴종해야만 차례지는 노예의 평화가 아니라 자주적 인간으로서 응당 누려야 할 존엄 있는 평화입니다. 

그런 평화는 아직 인류의 꿈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세계는 멀리 전진하고 시대는 크게 달라졌지만 유엔의 평화와 안전보장기구와 기능은 창립 초기 구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의 전횡과 비민주적인 폐단이 아직도 극복되지 못한 것, 그로하여 유엔이라는 신성한 국제기구가 극소수 개별적 열강들의 독주 무대, 대결 무대로 끊임없이 도용되어오고 있는 것, 그로하여 세계의 평화와 안전이 항시적인 위협에 시달리고 인류가 전쟁의 불구름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가는 데 본의 아니게 습관되어가고 있는 것, 이것이 유엔의 70년 역사를 어둡게 만드는 가장 큰 실패이며 아직도 우리 앞길을 막아서고 있는 가장 큰 도전입니다.

헌장에 명기된 주권평등의 원칙이 실천에 완전히 구현되기 전에는 유엔 무대에서 지배주의와 불평등, 불공정성이 근절될 수 없습니다. 

국제관계가 진정으로 민주화되기 전에는 유엔이 언제가도 국제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자기의 사명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유엔은 평화와 안전을 교란시키고 파괴하는 세력의 은폐물로, 위장물로 더욱 전락되고 말 것입니다. 

이것이 유엔의 70년을 돌이켜보면서 우리가 찾게되는 주되는 교훈입니다.

 

의장 선생,

70년 유엔 역사에는 불행과 고통으로 얼룩진 우리 인민의 70년 민족분열사가 갈피갈피에 비겨있습니다.  

유엔이 창립되는 해에 우리 민족은 일제의 식민지 기반으로부터 해방되었으나 같은 해에 외세에 의하여 북과 남으로 분열되었습니다.

그 외세가 지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창립 벽두부터 오늘 이 시각까지 장장 70년 간 우리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 평화와 안전을 끊임없이 유린하는 도구로 철저히 도용되어 왔습니다. 

1948년 남조선에서 단독 정부를 조작해내어 우리 민족의 분열을 고착시킨 미국의 책동에 합법성을 부여한 것이 바로 유엔 조선위원단입니다.

1950년 조선전쟁에 투입되는 미국과 15개 추종국가들의 군대가 쓰고들어왔던 모자가 바로 유엔군 모자입니다.

1975년 유엔총회 제30차 회의에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남조선에서 모든 외국군대를 철수할 데 대한 결의가 채택되었으나, 이 결의는 미국이 찬성하지 않는 다른 모든 결의들과 마찬가지로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남조선엔 그 어느 나라에 가 있는 미군보다 더 많은 근 4만명을 헤아리는 미군 대병력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남조선 주둔 미군사령관이 바로 유엔군사령관의 모자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남조선에서 해마다 한 해에도 몇 차례씩 벌려놓고 있는 대규모 핵전쟁 연습이 바로 유엔군사령관의 지휘 하에 감행되고 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우리 공화국에 대해서는 정의와 국제법을 무시하는 난폭한 전횡을 계속 감행해오고 있습니다.

오늘의 세계에는 우주공간을 이용하는 것을 매개 국가들의 자주적인 권리로 명시한 국제법이 있고 위성을 발사하는 나라가 10개가 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해서만은 위성 발사를 금지한다는 불법적인 결의를 만들어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미 아홉개 나라들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시험을 도합 2,000번이 넘게 단행했지만 유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해서만은 불과 세 차례도 하기 전에 핵시험을 금지하는 결의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지난해에도 미국은 증거도 없이 조작해낸 인권조사보고서라는 것을 가지고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또 한 차례의 반공화국 깜빠니야(캠페인)을 벌려 유엔이 아직도 저들의 도용물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평화적 우주개발은 국제법에 따라 주어진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이며, 핵시험은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입니다.

평화적 위성 발사를 문제시하는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자위적 조치들로 끝까지 강경 대응하여 존엄을 수호하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결심이고 입장입니다.

유엔헌장은 안전보장이사회가 정의와 국제법의 원칙에 맞게 행동할 것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유엔은 헌장이 우위인지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우위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엔의 가장 큰 책임을 지닌 안전보장이사회가 개별적 열강들에게 우롱당하여 이토록 무분별해질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21세기의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장 선생,

지난 8월 조선반도에서는 정세가 또 한 차례 교전 직전까지 치달아오르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원인모를 자그마한 사건이 발단으로 되었지만, 명백한 것은 매번 이런 사태가 미국과 남조선이 벌려놓는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절정에 오를 때마다 터지곤 한다는 것입니다.

헌장에 명기된 성원국의 권리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미국이 남조선과 벌려놓는 침략적이며 도발적인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는 데 대하여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소하였으며, 8월 사태 역시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안전보장이사회는 매번 침묵하였습니다.

정세 긴장의 악순환을 조성하고 있는 대규모 전쟁연습을 지휘하는 것이 바로 유엔사령관인 데 유엔이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겠습니까.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괴이한 현상은 이뿐이 아닙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유엔에 가입한지도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판문점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와 유엔 깃발이 서로 대치하여 꽂혀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유엔이 자기의 한 성원국과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교전관계에 있는 셈입니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들은 남조선에 있는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이 관할하는 기구가 아니며, 그 해체 문제는 오직 안전보장이사회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결국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한 유엔군사령부는 언제가도 해체될 수 없다는 소리로 됩니다.

따라서, 조선반도에서는 유엔군이자 미군인 것만큼 '유엔=미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습니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 민족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도 유엔은 하루빨리 헌장의 목적과 원칙대로 되돌아가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8월 사태는 유엔과 비정상적인 관계에 있는 조선반도의 평화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신중히 분석한 결과 도출되는 하나의 결론은 명색만 남아있는 현재의 정전협정으로서는 조선반도에서 더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전협정에는 애초에 이런 침략적이며 도발적인 대규모 전쟁연습들이 허용되어있지 않습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는 그 누구보다도 미국이 용단을 내려야하는 문제입니다.

지금 북남관계는 모처럼 완화의 국면에 들어섰지만 이 분위기는 아직 공고하지 못합니다.

자그마한 도발에 의해서도 순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북남관계가 얼어붙을 수 있는 것이 조선반도 정세의 특징입니다.

동북아시아만이 아니라 온 세계가 숨을 죽이게 하였던 이번 사태까지 겪은 오늘에 와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로 되었습니다. 

조선반도 평화를 수호하는 데서 북남이 논의할 문제가 있고, 조미가 논의할 문제가 따로 있습니다.

비록 1953년에는 조선정전협정이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을 일방으로 하고 유엔군을 타방으로 하여 체결되었지만, 다른 외국 군대들은 다 철수하고 지금 조선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무력의 통수권을 가지고 있는 쌍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뿐입니다.

남조선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는 것도 미국이며,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있는 것도 미국입니다.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응해나설 때가 되었습니다.

미국이 여론 매체를 통해서만 그 누구의 도발에 대해 운운하지 말고 실제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데 동의해 나선다면 공화국 정부는 조선반도에서 전쟁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할 용의가 있습니다.

미국이 대담하게 정책 전환을 하게 되면 조선반도의 안전 환경은 극적인 개선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점들도 해소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지난 70년을 돌이켜보고 걸어갈 앞길을 내다보는 유엔의 이 연단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며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방도입니다. 

 

의장 선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시급히 교체하는 것이 조선반도에서 국제평화와 안전을 담보하고 우리와 유엔 사이에 비정상적인 관계를 바로잡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유엔이 자기의 창립 이념과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맞는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믿으면서, 그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나갈 것을 다짐하는 바 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리-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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