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 NK VISION 2020 대표

북한의 민간 요리를 다룬 ‘북한의 별미를 찾아서’에서는 필자가 방북 중에 맛 본 각종 민간 요리와 특별식 등을 널리 소개하여 음식문화를 통해 남과 북이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적인 가치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 평양시내 30곳의 단고기 전문점 중에 가장 규모가 큰 ‘평양단고기집’앞에선 필자. [사진제공 - 최재영]

‘단고기는 뜨거운 아랫목에서 땀흘려 먹어야 제맛’

필자는 방북기간에 ‘개고기는 워낙 영양이 높고 맛이 구수하여 입에 착착 달라붙고 고기 맛이 달기 때문에 단고기’라는 설명을 직접 들었다. 그 명칭의 유래는 김일성 주석이 개고기를 ‘단고기국’으로 고쳐 부르도록 하라는 지시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나는 2년 전 어느 날 개고기에 대해 매우 해박한 지식을 지닌 북한의 어느 관리에게 인민들의 개고기 문화의 단면을 알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우선 북에서는 단고기 음식을 각 지방마다 요리방식을 다르게 한다고 했다.

“함경북도는 단고기 국물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양념 맛을 내지만, 평안도는 단고기 국물에 된장을 넣어 맛을 냅니다. 이처럼 ‘개장국(보신탕)’은 지방마다 차이가 많습니다.”

“아, 남쪽에서도 지방마다 음식 맛과 요리방식이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조선에서는 여름 복날이 돌아오면 살찐 누렁이 개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 식구들이나 동네 친구들끼리 개장국(보신탕)을 해 먹습니다. 부뚜막 아궁이에 불을 활활 지핀 후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 뜨거운 구들장 아랫목에 삥 둘러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어야 단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몸에 약이 됩니다.”

“아, 그렇군요. 언젠가는 저도 그런 식으로 땀을 줄줄 흘리며 단고기 국물에 조밥을 말아 먹고 싶습니다. 얼마의 금액이면 저런 방식으로 똑같이 먹어볼 수 있을까요?”

“아마 미화로 100달라만 지불하면 일행들 대여섯 명이 모두 먹을 수 있도록 개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배가 고파 단고기를 먹을 때는 ‘식(食)’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이고, 몸이 아파  병을 고치려 먹을 때는 ‘약(藥)’이 되는 음식이 단고기가 아닙니까? 그중에서도 개장국(보신탕)은 식과 약이 다 되는 귀한 음식이니 돈이 문제가 아니지요.”

“그런데 북에서는 유난히 단고기 소비가 많은데 그렇게 많은 개들을 도대체 어디서 공급을 받습니까?

“우리 조선에서는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전국 3개군(郡)의 농장에서 식용 개들만 전문으로 사육하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우수한 양질의 개들만 선별해서 모두 제공받기 때문에 육질이 모두 다 좋습니다. 개장국에 사용되는 개들 중에 가장 좋은 종류로는 누런 황구를 가장 으뜸으로 쳐줍니다. 황구는 명약이지요. 두 번째는 몸통이 모두 검은 흑구입니다. 그 다음엔 얼룩개이고 그 다음이 백구입니다.”

그의 입에서는 쉴 줄 모르고 개고기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필자는 이후로도 방북할 때마다 재래식 방법으로 땀을 흘리며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필자가 평양에 있는 30곳의 단고기집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최고의 단고기집 4곳을 직접 찾아가 코스 요리들을 맛 본 이야기를 소개할 것이다. 특히 개 한 마리를 간단한 방법으로 통째로 먹을 수 있는 희귀한 음식도 소개할 것인데 그 중에서도 필자의 입맛을 가장 돋군 ‘단고기 엿(개엿)’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 ‘평양단고기집’은 700명이 식사하는 대형홀, 연회장, 독실 등을 갖추고 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 보통강호텔 주변에 위치한 ‘안산관 단고기집’입구(상), 2013년에 들어서 ‘원형식당’으로 간판을 바꿨다(하). [사진제공 - 최재영]

단고기 요리의 메카 4곳에서 코스요리를 맛보다

필자는 평소 보신요리(개고기 요리)를 좋아한다. 고교시절에는 뜻하지 않게 폐병에 걸려서 갖은 고생을 하던 중 민간치료 요법으로 개고기가 효험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의 정성으로 처음 개고기를 접하게 됐다. 부친은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개와 동네 개들을 값을 치루고 여러 마리를 잡으셨고 모친은 잡은 개고기로 요리를 하거나 보약으로 만들어 나에게 억지로 먹여주셨다. 그 덕에 나는 아직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청소년 시절에 개고기를 약으로 먹다보니 질릴 만도 한데 나에게는 개고기가 체질적으로 몸에 잘 맞는지 오히려 성년이 돼서는 개고기 음식점을 스스로 찾아 다녔으며 누가 보신요리를 대접이라도 할 경우에는 제법 맛을 음미하며 그윽하게 먹을 줄도 알게 되었다. 한국은 개고기 요리라고 해봐야 탕과 수육, 전골, 무침 등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가 거주하는 미국에는 그나마 개고기 음식점이라고는 전무하다보니 그 대용으로 생겨난 염소탕집이 몇 군데 있어 그나마 염소요리를 개고기로 대리 만족하여 먹으며 위안을 삼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개고기에 대한 명칭에 대해 아름다운 표현으로 ‘향육(香肉)’이라 불렀다는데 필자에게 있어 개고기는 그야말로 향육이다.
        
나는 그동안 몇 차례 방북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 심도 있게 배우고 체험을 했다. 냉면에는 ‘옥류관’과 ‘청류관’이 명성이 있듯, 개고기(이하, 단고기) 요리도 북한 주민들에 의해 명품식당 4곳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평양시민들과 주민들은 물론이고 해외동포들도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단연 통일거리에 있는 ‘평양단고기집’이다. 또한 보통강 호텔 인근 호수위에 지어진 ‘원형식당(구, 안산관 단고기집)’도 해외동포들과 평양의 시민들에게는 정갈한 단고기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려호텔 2층 식당에서 운영하는 단고기 요리와 호텔 건물 외부 우측에 위치한 ‘고려단고기집’도 독특한 단고기 풀코스 요리로 유명했다. 네 번째는 일반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서 고유한 단고기 맛을 제공해주는 ‘문흥식당’이 최고의 맛을 자랑하고 있었다. 고려호텔 앞 대로변 창광거리에는 많은 단고기집이 들어서 있지만 이들 4곳의 유명 단고기 전문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요리와 맛을 따라오지를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지방이나 소도시 읍내를 지나다 보면 곳곳에 단고기집 간판들이 자주 눈에 띄었으며, 일반 주민들은 간혹 삼복철이 되면 자신의 집에서 기르는 개나 강아지를 잡아서 요리해 먹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  평양은 물론 지방 도시와 읍내에서도 ‘단고기 식당’들이 성업 중이며, 일부는 ‘강도식당’의 형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사진제공 - 최재영]

           

▲ 지방 도시와 읍내에서도 ‘단고기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사진제공 - 최재영]

 

▲ 지방이나 소도시 읍내를 지나다 보면 곳곳에 단고기집 간판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사진제공 - 최재영]

“보양식보다는 ‘보양정신(保養精神)’이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필자가 몇 차례 방북기간 중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북에서는 예로부터 내려오던 전통적인 단고기 요리방법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었다. 여러 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되어졌다. 나는 가장 자주 들리는 고려호텔 단고기집의 지배인과 틈나는 대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고려단고기집에서는 과학화, 표준화된 단고기국(개장국)을 전문적으로 요리해서 손님들에게 봉사한다고 한다.

“보양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양정신(保養精神)이 더 중요하지 않갔습네까?”

“보양정신이 뭡니까? 첨 듣는 말인데요?”

“그냥 제가 한 말입네다. 1년 365일 어떤 상황과 처지에도 변함없이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확고한 정신이 있다면 무더위에도 거뜬하게 건강을 지킬 수 있단 말입니다.”

고려호텔의 단고기집 지배인은 더위를 이기는 비결과 건강해지는 비결의 핵심은 투철한 사회주의 정신을 갖고 각자의 마음을 다스리는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강조하는듯했다.

“우리 인민들은 복날이 되면 삼계탕이나 단고기 요리 외에도 보양식은 아니지만 랭면, 팥죽, 어죽, 홍합죽을 즐겨 먹기도 하며 자라탕, 철갑상어찜, 뱀장어구이, 쇠고기매운탕등도 자주 먹기도 합니다.”

나는 이날 고려호텔에서 단고기 코스 요리를 먹은 후에 그 맛에 반해 흥분하는 어조로 지배인에게 속사포처럼 많은 질문을 쏟아 부었다. 내가 북한에서 처음 단고기를 접했을 때의 맛은 매우 특이하고 신선한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다양한 단고기 음식 조리법이 생겨난 계기가 놀라웠고 대중화되었다는 것이 궁금해졌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문헌에 최초로 개고기가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부터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개고기 식용이 매우 활발하면서 여러 고문서와 책에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북한에서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국가차원에서 끊임없는 요리 연구를 하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는 또한 개는 예로부터 약용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는데 고기부위는 물론이고 그밖에도 털, 뼈, 이빨, 족발은 물론 뇌, 심장, 간장, 쓸개, 신장까지 모든 장기가 사람들의 치료에 요긴한 약재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피, 유즙은 물론 심지어 위결석까지 모두 약용으로 사용된다고 하니 개라는 동물은 정말 버릴 것이 전혀 없는 가축인 듯 했다. 특히 황구(누렁개)의 생식기는 물론 백구(흰둥이개)의 배설물은 ‘백구시(白拘屎)’라 하여 귀한 약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말은 ‘백구의 개똥’이라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나는 귀국할 때마다 요리사나 지배인들이 알려준 단고기 관련 자료들을 기억하며 틈틈이 확인해본 결과 조선시대에는 산림경제, 규합총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음식디미방 등 여러 문헌에서 다양한 개고기 요리법이 소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예로부터 전수되어 온 우리나라 전통적인 요리 종류로는 개고기 구이에 해당하는 ‘구적’, 탕이나 국에 해당하는 ‘개장(개장국, 개탕)’, 찜 요리인 ‘개찜’, 산적처럼 끼운 ‘꼬치’등이 있고, 개고기를 그대로 굽거나 지져서 걸쭉한 즙을 올려서 먹는 ‘개장 느르미’를 비롯해 ‘개장고지미’, ‘개백숙’, ‘개고기떡’, ‘개소주’, ‘개고기죽’등 약재를 활용한 단고기 식품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북한에는 아직도 개 삶은 물로 담근 술인 ‘무술주(戊戌酒)’라는 전통주가 있었으며, 개 삶은 물에 엿을 고아 만든 일명 ‘무술땅(戊戌糖-무술당)’과 개고기를 삶아 엿과 함께 조려서 만든 ‘개고기 엿’등이 있었다.

▲ 고려호텔 단고기집의 개장국(보신탕)은 알콜 버너에 끓여 먹도록 되어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 개장국 맛을 돋구기 위해 넣는 재료를 ‘개장즙’이라고 한다. [사진제공 - 최재영]

 

▲ 황구신 요리가 은박지에 싸여 나온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단고기를 부위별로 요리화하여 코스로 제공
        
북한의 단고기는 개고기를 각 부위별로 코스 요리화하여 골고루 맛보게 함으로써 손님으로 하여금 즉석에서 개 한 마리를 다 먹은 기분이 들도록 했다. 이는 3-4가지 메뉴에 국한된 남한의 개고기 메뉴와는 그 차원이 달랐으며 남한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의 개고기 요리는 훨씬 앞서 있었다. 코스 요리를 접해보면 몸통의 각 부위가 너무 많고 풍성한데다 화려한 양념과 모양새가 멋스럽다 보니 기가 막히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음식의 모양도 맛깔스러움과 정갈함을 더해 원재료가 개고기라는 것을 먹는 이로 하여금 깜빡 잊게 만들었다.
      
남한에서는 개고기 식용여부에 대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 동물보호 차원에서 의견이 분분하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북한은 자체적으로 단고기 풀코스 요리와 단고기 퓨전 요리들을 개발해왔으며 ‘개엿’같은 저장식품과 가공식품들을 개발하고 있었다. 나는 북한의 개고기 요리를 통해 동질적 문화충격을 받았으며 결국 남과 북은 한 핏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됐다.

“우리 조선에서는 현재 개고기를 ‘단고기’라 하여 부위별로 메뉴를 만들어 뷔페식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단고기 료리만 해도 무려 40여 가지가 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개발 중에 있습니다.”

우선 필자가 먹어 본 4곳의 코스요리 메뉴를 한 가지씩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메뉴는 수시로 변동이 있으므로 매우 유동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먼저 안산관 단고기집(현, 원형식당)의 요리에는 가장 먼저 ‘등뼈찜’이 나왔으며 그 다음에는 ‘뒷다리토막 찜’, ‘갈비찜’, ‘내장’, ‘단고기탕과 국밥’의 순으로 나왔으며 맨 마지막에는 남성들 모두가 숨죽여 기다린다는 ‘황구신(누렁이의 생식기요리)’이 나왔다. 반면 고려호텔 단고기 식당에서는 가장 먼저 올라온 메뉴가 ‘등뼈짐’이며 이어서 ‘구신요리’, ‘갈비찜’, ‘뒷다리 찜탕’, ‘단고기국과 조밥’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단고기 엿’이른바 ‘개엿’등이 풀코스로 나왔다.
       
세 번째로는 통일거리에 있는 ‘평양단고기집’이다. 이곳은 과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북한 단고기의 메카라고 불릴만했다. 이 식당이 명성을 떨치는 이유는 독특한 단고기 장맛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 역시 풀코스 양식처럼 개의 각 부위별 요리가 화려한 양념 장식과 함께 나온다. 테이블에는 조그만 양념접시에 들깨, 마늘, 양파, 대파, 양채, 쌍채, 깨소금 등 7가지 양념을 담아 놓았는데 이처럼 개고기 맛을 돋구기 위해 만든 조미료를 북한 주민들이나 요리사들은 ‘개장즙’이라고 불렀다. 이 개장즙을 각자의 식성에 따라 간장에 섞어서 고기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한층 더 해진다.
      
‘평양단고기집’의 첫 코스는 소꼬리찜 같이 보이는 ‘척추찜’이었다. 두 번째는 모양새가 깔끔한 ‘가죽볶음요리’, 일명 ‘개껍질’이었다. 그 다음에는 나온 메뉴는 최고의 감칠맛을 전해준 ‘갈비찜’이었으며 이어서 나온 요리는 ‘개뒷다리 토막찜’이었다. 다섯째는 ‘개 세겹살찜’이었는데 이는 개의 가슴 앞살 부위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나온 요리는 소막창 맛과 비슷한 ‘개 위(胃)볶음’요리였다.
       
이처럼 4곳의 유명 단고기집에서는 다양한 코스 요리 맛을 즐길 수 있다. 더구나 요즘은 정기적으로 각종 단고기 요리 경연대회나 세미나 등이 평양에서 자주 열리는데 최근에는 이런 창의적인 메뉴 개발을 통해서 ‘개 힘줄고기 냉채’, ‘개 채소말이’, ‘개 내장합성’등의 메뉴가 추가로 선보이고 있으며 너도 나도 그 맛에 반해 신기해 할 정도이다. 이처럼 북한은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메뉴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메뉴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그 맛들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 필자 일행이 ‘평양단고기집’을 찾아 중식으로 ‘뒷다리 찜요리’를 먹는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마지막에는 항상 개장국(보신탕)과 조밥을 제공한다.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 단고기집’코스요리에 제공되는 ‘개 가슴살 요리’.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 단고기집’코스요리에 제공되는 ‘개 갈비살 요리’.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 단고기집’코스요리에 제공되는 ‘개 뒷다리살 요리’.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 단고기집’코스요리 반찬으로 제공되는 ‘양배추 김치’.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 단고기집’홀 입구에 있는 병풍형 메뉴판. [사진제공 - 최재영]


개고기 한 마리를 통 채로 간편히 먹는 방법들
      
남한에서 이미 중단된 단고기 전통요리가 북에서는 지금도 계승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식물 3가지가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바로 개 한 마리를 통째로 간편하게 먹는 음식물들 때문이었다. 첫째는 누런 수캐 한 마리를 삶아서 그 즙으로 만드는 ‘무술땅’이었고, 둘째는 역시 개 한 마리를 통째로 잡은 후 삶아서 엿과 함께 푹 고아 만든 ‘개엿’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누런 수캐 한 마리를 삶은 후 찹쌀과 섞어 쪄서 빚은 ‘무술주’라는 약술이었다. 우선 특이한 보양 음식물 3가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1) 누런 수캐(황구) 한 마리로 만드는 ‘무술땅’
     
가장 먼저 소개할 음식은 일명 ‘무술땅(戊戌糖, 무술당)’이라고 불리는 단고기 전통 음식이다. ‘무술땅’은 고려의학 차원에서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를 비롯한 여러 서적들을 근거로 해서 보약으로 분류하며 먹는 보양식이라고 한다.
      
요리방법은 황구(누렁이 수캐)를 잡아서 가마솥에 넣고 고기를 푹 삶은 후에 고운 천에 넣고 남김없이 국물을 짜면 적당한 즙이 나오는데 이 즙에 계핏가루, 후추 가루를 넣고 버무린 후에 중국 동북부 지방에 자생하는 백출(白朮)이라는 국화과(菊花科) 여러살이해 뿌리 말린 것을 몇 조각 넣어 다시 푹 우려서 만든다고 한다. 개고기 즙을 푹 고아 삭혀 만든 음식물이라서 마치 개고기를 원료로 만든 걸쭉한 조청처럼 보인다고 한다. 오장을 편안하게 해주며, 혈액순환이 잘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2) 개 한 마리를 잡아 엿으로 만들었다는 ‘개엿’
     
둘째는 ‘개고기엿(단고기엿, 개엿)’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엿은 수많은 곡물과 과일 등의 재료로 다양한 종류의 엿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개를 재료로 해서 엿을 만든다는 것은 필자에게는 금시초문이었다.
     
개고기엿을 만드는 방법은 우선 암수 구별 없이 개 한 마리를 잡아 푹 삶은 후에 뼈를 추리고 고기살만 고운자루에 넣어 물을 모두 짜버리고 개 한 마리에 4kg 분량의 옥수수엿이나 일반 엿을 섞어서 버무린다고 한다. 그런 다음에 개고기가 형체도 없이 풀어져서 엿에 고루 섞일 때 까지 푹 조려서 달이면 ‘개엿’이 완성된다고 한다. 4계절 중에 먹거리가 가장 부족한 겨울철 저장 보양식으로 손쉽게 먹을 수 있으며 민간에서는 주로 개고기를 삶아 옥수수가루로 만든 엿이나 조청을 이용해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북한에서는 ‘개엿’을 만드는 방법이 지역마다 혹은 요리 전수자마다 매우 다양하며 첨가물과 조리 방법에 따라 ‘개엿’의 종류와 맛도 천태만상이라고 한다. 필자가 고려호텔 단고기 식당에서 먹어 본 ‘개엿’은 개고기와 꿀을 조합해서 만든 것이었다.
     
개엿은 ‘무술땅’과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지만 전혀 다른 보양음식이라고 한다. 지금도 중국의 연길, 단동, 심양 등을 비롯해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조선족 상인들과 기업인들에 의해 ‘개엿’이 특산품으로 생산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개엿’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남녀노유 누구에게나 입맛을 돋우어주며 기력을 증진시켜주는 약효가 있다고 한다.

(3) 누런 수캐(황구) 한 마리로 빚은 ‘무술주(戊戌酒)’
     
‘무술주(戊戌酒)’도 황구(누런 수캐) 한 마리를 삶은 후 찹쌀과 섞어 쪄서 빚은 약주라고 한다.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무술주’는 조선시대에 외국에서 유입된 외래주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토착화된 후 민간에서는 보약처럼 귀하게 마시는 약술로 취급한다고 한다.

퇴계 이황의 활인심방(活人心方)과 소사신서에는 개고기 삶은 국물로 술을 담그는 ‘무술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북한에서도 ‘무술주’는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진 술은 아니라고 한다.  비장과 위를 보해 주는 약효가 있으며 부인들의 하혈에 매우 좋고 나이든 노인들의 골수를 보충시켜 주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는 약효가 있다고 한다.

▲ 평양시내 어느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는 개와 함께. [사진제공 - 최재영]

     

▲ 고려호텔 단고기집에서 제공한 ‘단고기엿(개엿)’의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개엿’은 육질의 식감과 함께 달콤하게 녹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저장식품이다. [사진제공 - 최재영]

 

▲ ‘개엿’이 유리그릇에 담겨진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다양한 종류의 ‘개엿’을 음미하다
       
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은 단연 ‘개엿’이었는데 나는 여러 식당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종류의 ‘개엿’을 먹어본 후 집중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특히 고려호텔 단고기 식당에서 코스 요리 중 마지막에 제공된 ‘개엿’이 가장 맛있고 인상적이었다.

 (1) ‘단고기엿(개엿)’의 유래
      
통일운동가 백기완 선생의 평소 증언에 의하면, 과거 전쟁 당시 북에서 월남하는 날 당시 화폐로 5,000원 짜리 개엿 한 덩이를 사서 가족들에게 남겨두고 내려왔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당시에도 시중에서 거래된 ‘개엿’가격은 저렴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엿’이 활용된 유래를 잠시 살펴보면 옛날 우리나라 민간에서 행해진 토속 신앙 가운데 부엌 신으로 모시는 ‘조왕신’이 있었다. 농어촌 집집마다 부엌 한편에는 한지나 실로 묶은 명태를 걸어 조왕신을 모시는 풍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강원도 이북 지역에는 부엌을 다스리는 조왕신이 해마다 음력 동짓달 스무 닷샛날이 되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1년 동안에 있었던 일을 고자질하고, 섣달 그믐날 다시 부엌으로 돌아온다는 전설을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엌을 드나드는 아낙네들은 조왕신이 올라가기 전날 밤 아궁이에 끈적끈적한 ‘개엿’을 발라 놓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개엿’이 조왕신의 입에 착 달라붙어 옥황상제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 액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개엿’은 오래전부터 민간신앙에서도 등장하거나 활용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우리 조상들과 매우 친숙한 음식물이었다. 그러나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살기가 좋아지고 먹거리가 풍성해지며 간편한 것을 추구하다보니 제조 과정이 복잡한 ‘개엿’은 민간에서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최근에도 간간히 집집마다 ‘개엿’을 해먹는다고 한다.

▲ 평양시내 선물점 코너에 판매용으로 전시된 각양각색의 약술들. [사진제공 - 최재영]

          

▲ 평양시내 선물점 코너에서 주류를 구입하는 외국인들의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2) 고려호텔 단고기식당의 ‘개엿’은 꿀맛이었다
      
고려호텔 단고기 식당에서 제공한 ‘개엿’을 처음 접한 순간 나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실소를 자아냈다. ‘개’라는 단어와 ‘엿’이라는 단어가 남한에서는 각각 부정적인 의미와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하필 두 글자가 한데 뭉쳐 ‘개엿’이 되었니 필자로서는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집어 입에 넣으니 마치 잘 삭혀진 소고기 장조림을 먹는 식감을 느꼈다. 이곳 고려호텔 단고기 코스에서 제공하는 ‘개엿’만큼은 고깃살만을 잘게 찢어 천연 꿀에 버무려서 푹 조린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잘 삭힌 장조림 식감을 느끼면서 입안에서는 단맛이 감돌며 녹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스푼으로 떠먹는 아이스크림처럼 둥근 컵에 적당히 담겨진 ‘개엿’위에 땅콩과 잣 등을 고명으로 올려놓아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꿀물이 배어있는 고깃살은 씹을수록 쫄깃하며 달콤한 꿀맛이 입안을 감돌다가 고기와 함께 녹는 듯한 진기한 맛을 자아냈다.
      
특히 고려호텔 단고기 식당에서 사용하는 꿀은 칠보산에서 생산한 천연 꿀을 직접 가져다 쓴다고 한다. 다른 단고기집에서 제공하는 ‘개엿’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맛이었다. 다른 단고기집에서는 엿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도가 덜하지만 그래도 다른 단고기집에서 제공하는 ‘개엿’들도 그 맛이 달콤하고 좋았다. 고려호텔 단고기 식당의 ‘개엿’은 별도의 주문을 통해서 일반인들과 외국인들로 구입할 수도 있으며 귀국해서 자기 집 냉장고에 보관 후 1년 동안 꺼내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3) 일반 인민들이 애용하는 ‘개엿’제조 방법

‘개엿’은 개장국(보신탕)과 함께 북에서는 가장 최고의 보신용 음식이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며 냉장고가 없는 가정에서도 항아리에 담아 오랫동안 보관 할 수 있는 저장식품으로서 몇 개월만 아침저녁으로 한두 푼 식 떠먹으면 영양이 보충되고 식욕이 왕성해지며 허약체질이 회복될 정도로 몸이 거뜬해지는 최고의 보약이라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식량이 부족한 옛날에는 몸에 기름기가 부족해서 ‘개엿’을 만들 때 시루에 개 한 마리의 기름을 모두 내려서 고기는 그냥 먹고 그 기름으로만 ‘개엿’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반대로 기름을 모두 제거하고 고깃덩이만 선택해서 고기가 물컹해질 때까지 삶는다고 한다.

어떤 지방에서는 뼈를 추려서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지방에서는 뼈다귀도 함께 푹 고아서 끓인 후에  조청과 엿의 주재료가 되는 질금물을 넣고 삭인 후에 고운 천에 꼭 짜서 약재를 넣어 다시 달이기 때문에 ‘개엿’을 만드는 기간이 대략 4-5일 걸린다고 한다. 또한 현재 일반 인민들은 다른 방식의 ‘개엿’을 만든다. 우선 7-8개월 된 어린 개를 잡아 고깃덩이를 푹 삶은 후에 뼈를 추려내고 옥수수엿을 섞어 항아리에 채워 넣어 삭힌 후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는다고 한다. (계속)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