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실련통일협회는 2일 오후 서울 동숭동 경실련회관에서 ‘고위급접촉 타결 이후 남북관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8.24합의 이후 남북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현안인 5.24조치의 해제를 위해 이번 합의 방식을 차용한 ‘유감표명+α’, 또는 별도의 해제조치 없이 경협 및 민간교류를 재개하는 우회적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일 오후 경실련통일협회가 주최한 ‘고위급접촉 타결 이후 남북관계 전망과 과제’ 좌담회에서 10월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 진행될 당국회담에서 인도적 지원문제와 금강산관광재개 문제, 그리고 5.24해제 문제가 당연히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추가될 α의 구체적인 내용은 더 검토해보아야겠지만 유감표명에 대한 국내적 논란을 고려할 때 ‘유감표명+α’의 방식으로 해결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방법으로는 5.24조치가 특별한 입법조치가 아니라 정부 차원의 행정적 조치였기 때문에 특별히 해제 결정을 하지 않고 경협과 민간교류를 재개하는 새로운 결정을 내리면 해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우회적 해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5.24조치 해제가 천안함 사건과 연계되어 쉽게 해결하기는 곤란하지만 이미 이명박 정부 말기에도 이번 합의와 비슷한 ‘유감표명 방식’으로 해결해 보려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에 대해서도 ‘유감’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논란이 많지만 남측은 유감을 사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고 그렇게 발표한 것이 중요한 합의라는 인식이다.

서 연구위원은 이번 합의로 당장 군사적 위기가 일단 해소됐으며, 앞으로 경협재개 조치가 이뤄지면 정상회담까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물꼬는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은 불안한 평화라고 전제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미 많이 논의됐던 것들에 대한 포괄적 재검토와 협의’를 제안했다.

지난 2008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은 기존 남북 간의 합의를 모두 모아서 재검토하자는 제안을 했었는데 당일 발생한 박왕자 씨 피격 사건의 여파로 실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여러모로 다시 검토는 해 봐야겠지만 이 같은 방안을 통해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개선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군사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가 여전히 필요하다며, 남북기본합의서와 2007년 10.4공동선언에도 들어있고 그해 11월 열린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 합의문에도 적시되어 있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와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의 재개를 제안했다.

이와 관련, 그는 대내·외적으로 대북전단과 북핵이 추가적인 불확실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마찬가지로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인 의식변화에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는 이른바 ‘최고 존엄’을 직접 다루는 방식으로 실무 담당자들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앞으로 대북 전단이 살포된다면 합의 이전 8월의 위기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북측이 당창건 70돌을 맞는 10월 10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과 추가 핵실험을 진행하면 관계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과 적극적인 대화재개에 나서야 하며, 동시에 이 같은 북의 ‘전략적 도발’에 맞서 국제적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잘된 협상은 아닌 것 같은데, 대통령 지지율이 20%나 뛰는 것을 보면 국민들이 얼마나 평화를 지향하는 염원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소회와 함께 “사후약방문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선제적으로 평화를 보장하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평화가 아슬아슬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오는 10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긴장을 필요로 하는 보수적 입장의 위협이 제기될 수 있으며, 여러 차례 공언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 전략적 행위가 불안한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도 북 소행으로 지목했던 아웅산 폭발사건 등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남북관계를 회복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고위급 접촉 합의를 계기로 5.24 해제 수순으로 삼자는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순방향으로 이어질 경우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도 사전적, 선제적 평화 조치의 강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5.24조치, 금강산재개 등 일괄 타결할 수 있는 틀”이기도 하다며, 결국 남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는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영윤 남북물류포험 회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혜정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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