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정치(북한정치)학 박사·전 민주공원 관장·사상강국의 저자


2015년 8월 4일 지뢰폭발 사건과 10일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20일 서부전선의 교전사태 등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적 대결 문제가 같은 해 8월 24일 무박 4일의 마라톤협상 끝에 남북한이 6개항에 대한 합의(그 형식은 ‘공동보도문’)를 내왔다.(주1)

  이로써 광복 70주년이라는 ‘상징’과 가장 역설적으로 ‘반비례’하였던 일촉즉발(一觸卽發)의 군사적 대치상황은 종료되고, 이후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보수수구세력과 종편, 모든 언론과 방송, 심지어 외신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있는 승리와, 그에 따른 지지율 상승”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그러한 분위기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 우왕좌왕하고 있고, 그 존재감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시민사회진영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번 (군사적 긴장고조) 사태와 그 극적인 타결을 바라봄에 있어 본질적 인식을 해내고 있지 못하다(군사적 긴장이 다운된 것은 잘 된 것이지만, 그렇다하여 그 본질적 해석마저 소홀히 하는 우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국민 대다수가 이번 합의에 대해 박근혜정부의 ‘원칙 있는’승리로 칭송(?)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그러한 인식을 한 것이 국민들 탓이라기보다는 무기력한 야당과 실천적 대응을 하지 못한 시민사회진영에게 있다.

그럼 이번 일련의 사태전개 본질과 8.24 합의에서 그 어느 누구도 읽어 내려하지 않았던 그 핵심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잘 한 인식인가?

우선은 북측의 ‘지뢰 도발’로 결론짓고, 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최우선 원칙으로 정했던 박근혜정부의 요구가 이번 8.24공동보도문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인식의 결론이 박근혜정부와 보수수구세력 등과의 인식과는 정반대의 것이어야 한다.

이유는 공동보도문 “제2항,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에서 확인받듯이 북측의 ‘지뢰 도발’이 아니라, 객관적 표현인 ‘지뢰 폭발’이며 그것도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한 유감(‘사과’수준도 아님) 표명은 보수수구세력과 종편, 하물며 야당도 부화뇌동한 지뢰 도발의 주체가 북측이라는 이유가 될 수 없으며, 또한 백번 양보하더라도 2항은 ‘지뢰 폭발’에 대한 유감이 아니라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유감표명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닌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하여 보수수구세력과 종편 등에 의해 만들어진 박근혜정부 ‘치적’운운은 말짱 위선이라는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 기고문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데, 그 첫째는 2015년 8월 4일에 발생한 지뢰폭발 사건과 20일 서부전선의 교전사태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합리적 의심’을 하려 들지 않는다는데 있고,(이에 대해 ‘학자’적 양심과 ‘깨어있는’시민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이 글을 쓰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의 소행은 기정사실화되고 이를 활용해 보수수구세력들은 북한을 악마(惡魔)화하는데 성공하였고, 그러한 인식을 아무런 의심 없이 수용하려 하는 대한민국의 ‘불행한’미래가 읽혀지고 있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러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부하뇌동(附和雷同)한 야당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데 있다(이러한 야당으로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지형을 극복해 낼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아군이 다쳐나가는 지뢰 폭발 동영상 있다면, 똑같은 논리로 적군이 지뢰를 매설하는 동영상도 있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의심일 텐데, 그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주2) 또한 발견된 곡사포 총알도 레이더에 잡히지 않음으로 실제 북측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하기에도 많은 합리적 의심이 필요한데도 이마저도 생략되어 있다. 비유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일찍이 ‘의심할 수 없는 의심’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군대에서 우리 아군에 의해 아군이 살해(혹은 무자비한 구타와 폭력, 이에 대한 보복살인 등이 자행)되는’현상이 현실로 작동하고  있다면, 대한민국 사회가 그 만큼 비정상적인 국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성찰도 필요한 것이다.

이와 비례하여 그 ‘불편한’진실도 수용하여 이번 사건에 대입해야 하며,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의심할 수 없는 의심’단계까지 확증이 되고 나서야 결론이 나야 하는 것이라면, 아군에 의한 ‘자자극’도 그 ‘합리적’의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심이 소멸될 때 북측의 ‘지뢰 도발’로 성격 규정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그에 상응하는 정치·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런데도 몇 가지 당위적인 증거만으로 일방적으로 ‘북측 소행’만이 진실인 양 결론된다면 이는 한국사회가 ‘종북사냥’의 연장선상에서 작동되고 있는 일방국가 사회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어디 이뿐인가? 적어도 8월 10일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남북한이 당국회담으로 맺은 군사적 합의를 남한정부 스스로가 일방적으로 깨트렸다면(이에 대해서도 오역<誤譯>하지 말라. 말하고 싶은 것은, 백번 양보하여 이번 도발이 북측의 소행이라 하더라도, 그것과 군사적 합의파기가 남한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쌍방이 군사회담을 열어 거기서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상기 시키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남측정부를 향해 이에 대한 책임추궁과 비판은 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이 조차도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이 또한 우리가 그토록 미워하던(?) 북측사회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 둘째는 이제까지 그렇게도 ‘조건’있는 대화와 회담에 집착했던 박근혜정부가 왜 그렇게 재빨리(?) 북측의 회담에 응했는가 하는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다. 그 일례가 ‘천안함’사건에 대해서는 선(先) 사과가 있어야 5䞔조치가 해제되고 남북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의 견지라든지, 북핵문제의 경우에도 북핵 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만 6자회담이 가능하다라든지 .... 즉, ‘先 사과, 後 대화’라는 원칙(?)은 온데간데없고, 그렇게 재빨리 박근혜정부가 대화에 임했던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그 ‘숨어 있는’의도가 읽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불편한’진실이 보일 것이고, 그 결과 보수수구세력과 종편 등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해석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첫째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북측정부보다 남측정부가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함이 더 컸다는 사실을 캐치해내는 것이다(따라서 이번 회담의 결과는 게임이론으로 볼 때는 북한의 승리로 볼 수 있다).

둘째는 첫째의 연장선상에서 이제까지 남측정부가 견지했던 ‘선 사과, 후 대화’라는 원칙(?)이 대한민국의 전략적 개념이라기보다는 박근혜정부와 보수수구세력의 정략적 접근의 산물이었음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정부와 보수수구세력은 ‘원칙’이라는 개념 뒤에 숨어 북측을 계속 압박하여 북측체제를 와해하고 흡수통합을 하겠다는 전략이 그 본질이라 했을 때, 그 왜곡된 본질을 드러내지 않으면 안될 만큼 북측의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으면 안 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박근혜정부를 강제했다고 인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할 것이다.

다름 아닌, 한반도 안보 리스크가 박근혜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컸다는 것이고, 이의 구체적인 징표가 증시가 폭락하는 형태로 나타났고, 미-중의 전략적 대결이었던 것이다(반면, 이를 북측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남측정부와는 달리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다 하여 잃을 것이 남측보다 너무나도 적고,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북측은 ‘불리한’협상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 셋째는 6개 항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결론은 6개의 합의사항 중 북측의 관심사항은 1항에 있다는 사실과 나머지 합의사상은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북측이 이번 8.24합의를 통해 현재의 정전체제를 자신의 힘으로 현상 변경시켜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선보여졌다는 사실이다.

그 근거는 통상적인 합의문 문맥-원인과 결과의 관점으로 볼 때는 2항과 4항의 합의는 ‘원인’에 대한 인식의 결과이고, 이 합의결과에 따라 1항과 5항, 6항이 쓰여 지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이번 8.24합의는 2-4항과는 상관없이 제일 먼저 1항을 합의해놓고, 2-6항까지 기술되었는데, 이것은 북측이 의도하는 바가 이제까지의 협상전략을 폐기하고 정치군사적 문제로 직행하여 담판하겠다는 북측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당국회담에서 최고위급(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고 이를 지렛대로 하여 북-미회담으로 직행하겠다는 용인술인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이미 군부 등 엘리트 장악에 성공하였고,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남측의 경제적 지원 없이도 생활향상이라는 목적이 달성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인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제 마지막 남은(?) 한반도에서의 비정상적인 정전체제를 정상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시동을 건 것이기 때문이다.(주3)

그럴 때만이-그러한 인식만이 박근혜정부에게는 그 어떤 기대도,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북측이 그렇게 갑작스러운 태도변화, 즉 공세적인 대화요구가 설명될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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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공동보도문 전문: 남북 고위당국자접촉이 2015년 8월22일부터 24일까지 판문점에서 진행되었다. 접촉에는 남측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참가하였다. 쌍방은 접촉에서 최근 남북 사이에 고조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3.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
4.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실무접촉을 9월초에 가지기로 하였다.
6.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2) 다만, 목침 지뢰를 아군은 사용하지 않고 적군이 사용하니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것이고(1), 또 지형의 특성상 아군 비무장지대는 낮은 곳에 위치하니 높은 곳에 위치한 적군 비무장지대의 홍수에 의한 유실이 아니며(2), 무조건적으로 아군이 다니는 통로이니 아군이 그러한 목침을 설치할 수 있겠느냐는 단정(3)이 북측 소행의 분명한 이유들로 설명될 뿐이다.(여기서 오해하지 말 것은, 필자가 이러한 근거가 북측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할 수 있는 의심’까지도 확증될 때 ‘명백한’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3) 이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 볼 때, 인민들에게(대내적으로)는 체제결속을, 미국에게는(대외적으로는) 북-미회담이라는 담판해결 시그널을 보낸 일대사변인 것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훈련 기간 중에 이번 남북회담이 성사된 것이 그 근거이다. 좀 더 부연해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와는-체제수호와 경제적 지원-달리 체제안정과 인민생활 안정이라는 정치군사적, 경제적 기반이 조성되었다. 하여 남북회담, 북미회담을 경제적 지원으로 표현된 개혁·개방이라는 올가미에 갇히지 않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 6개항의 합의 중 2-6항까지는 남측의 요구를 쉽게 들어주면서 자신들은 1항의 합의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전략은 기간 남측이 구사해왔던 교류협력-경제지원-상호신뢰(북측의 개방·개혁) 구축을 통해 정치군사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계별(혹은, 자유주의적) 전략을 무력화시키면서 자신들이 새롭게 짠 전략인 정치군사적 문제를 현재화(혹은, 현실주의적 접근을 통해)하여 직방으로 평화체제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이 구체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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