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선 교수가 14일 오후 한글박물관에서 남북 언어문화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해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북한 사람들은 정말 직설적이라는 점이에요. 그런데 그런 부분은 북한에 있으면서 매주 생활비판 문화가 있었고, 그래서 비판적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일상생활이었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여기는 하려는 말도 에둘러 이야기하는데 직설적으로 말하는 북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 힘들어 하더라구요. 저는 이게 가장 큰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해요. 탈북자들은 본심이 아닌데 남한 사람들은 공격당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겨레말 통합을 위한 국제학술회의'에서 전한 한 북한이탈주민의 말이다. 전 교수는 "북한 언어 문화의 가장 분명한 특징은 언어의 명시성이 강조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무례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다.

반대로,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 사람들이 '정직하지 못하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밥 한번 먹자'고 하면, 북한 주민들은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검토해보겠다'는 등 남한 사람들이 완곡하게 거절할 때 쓰는 24가지 표현을 설명하자, 북한이탈주민들이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분단 70년에 이르면서 남북의 언어는 어휘뿐만 아니라 말하기 방식과 같은 언어문화 차원의 이질성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 교수는 남북 언어문화의 차이가 소통에 장애가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 주민은 일반적으로 직접 화법을 쓰면서 간접적 경험도 직접적인 경험인 것처럼 말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써놓은 북한 책을 읽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화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한 주민은 북한이탈주민을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면서, "질문 끝에 꼭 '직접 봤느냐'라는 식으로 확인하라"고 충고했다.

전 교수는 "남북의 언어가 달라진 것은 생활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한에서는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공식화된 언어나 언어 예절이 중시되는 반면,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말'이 법.제도보다 우선한다. '말'의 권위가 살아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북한 소설가 김병훈의 소설 제목도『빈 말은 없다 』이다.

이날 학술회의는 국립국어원과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기조발제자인 권재일 서울대 교수는 광복 70주년 기념일에 남북 언어학자들이 공동학술회의조차 개최하지 못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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