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광복70돌을 맞아 오는 15일부터 기존 표준시간보다 30분 늦은 동경 127.5°를 기준으로 하는 시간을 표준시간으로 제정하고 이를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고 발표했다.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는 지난 5일 “1. 동경 127°30′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현재의 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표준시간으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 2. 평양시간은 2015년 8월 15일부터 적용한다.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이 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다”라고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은 “간악한 일본제국주의자들은 반만년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던 삼천리강토를 무참히 짓밟고 전대미문의 조선민족말살정책을 일삼으면서 조선의 표준시간까지 빼앗는 천추에 용서 못할 범죄행위를 감행하였다”며 이번 표준시 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15일 이후 평양역과 개성공단에서 오전 9시 출근 마감을 알릴 때 서울역 광장 시계는 오전 9시 30분을 가리키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번 북측의 표준시간 변경으로 그동안 일본 표준시를 공유해 온 남북은 앞으로 여러 방면의 교류에서 불가피하게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경도 범위는 124°~132°이며, 중앙경선은 원산-청주-순천에 걸쳐있는 127.5°이지만 그동안 남과 북은 135°를 표준경선으로 제정해 사용해 왔다.

▲ 동경 127.5°선과 135°선.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정부는 이번 북측의 표준시간 변경으로 인해 장·단기적으로 남북관계에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이 공통으로 사용하던 표준시를 (북한이) 자체적으로 변경해서 남북 간에 30분간 시간차가 발생하게 되었다”며, “당면해서는 개성공단 출입경이라든지 남북교류 등에 약간의 지장이 초래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볼 때는 남북통합, 표준통합, 그리고 남북동질성 회복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간을 바꾸는 문제는 금융이라든지 항공이라든지 여러 가지 경우에 있어서 부대비용과 추가비용이 많이 발생하며, 여러 가지 기회비용 측면에서 손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서양식 시간대를 처음 도입한 1908년에는 127.5°를 쓰다가 한일병탄 이후 1912년부터 일본표준시인 135°를 적용했으며, 해방이후 1954년 이후 다시 127.5°로 돌아갔다가 1961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의 결정 이후 지금까지 135°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남한에서도 몇 차례 경도 변경 시도가 있었으나 정부는 대부분의 국가가 세계 표준시에서 1시간 단위의 시차를 둔다는 점과 북측도 135°를 쓴다는 점을 들어 통일이후에나 변경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정 대변인은 “원래 표준시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접한 국가의 자오선을 쓰게 되어 있다”며, 중국 쪽 120°와 일본 쪽 135° 사이에 국토가 위치한 상황에서 동쪽을 쓰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기도 하고 일광 절약이라든지, 낮 시간을 활용하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대개 오른쪽 경도를 쓴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동경 135° 표준경도는 일제 잔재라는 측면이 아니라 국제관례와 실용적인 측면이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준시의 기준인 동경 135°가 울릉도 동쪽 350㎞ 지점을 남북으로 지나는 자오선으로 우리 영토를 지나지 않는 선인 데다 독도에서도 278㎞나 떨어져 있으며, 영토 중심부와 평균 태양시를 비교해도 표준시가 30분 빠른 점 등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0년 당시 여야 국회의원 20명의 발의로 한국인의 생체 리듬에 맞는 표준시 변경이 시도되고 2008년과 2013년에도 일제잔재 청산과 영토주권 확립 등을 위해 일본 표준시와 동일한 한국 표준시를 우리 고유의 시간으로 바꾸자는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에 동시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작전 수립과 전개에서 30분의 차이가 나는 상황이 가져다주는 복잡성이 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북한이 표준시간을 동경 127.5° 기준으로 변경함으로써 여러 가지 변화와 이에 대한 대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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