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P5+1)과 이란이 끈질긴 협상 끝에 사찰(검증).제재해제.담보조치 등 핵문제 관련 주요 쟁점에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얀마, 쿠바에 이어 이란과도 손을 잡은 것이다. 눈길은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쏠린다.

이란 핵 협상에 참여했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비엔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 핵 합의가 "조선(한)반도 핵문제를 비롯한 다른 국제.지역 핫이슈를 다루는데서 적극적 본보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어의 '적극적(积极的)'에 대응하는 영어는 'positive'다. 한국어로는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왕이 부장은 "(주요 6개국과 이란 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중대한 갈등을 해결하는 유익한 실천을 국제사회에 제공했다"라고 강조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입장이다. 보다 강력한 대북 압박을 주문하는 미국을 향해서는 대화 의지를, 병진노선을 고수하는 북한을 향해서는 비핵화 의지를 촉구하고 있다. 9월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방미 때, 미.중이 구체화된 대북 접근법을 도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하려면, 먼저 현재의 냉랭한 북.중관계부터 풀어야 한다. 지난 9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저희 정부나 국제사회 우방국이 주목하는 것은 9월3일 중국의 '대일항전기념식'에 김정은이 초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참석할 것이냐가 상당한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이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초청됐다. 남북 정상들이 베이징에서 만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중국과 함께, 북핵 교착 국면에 갑갑해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정부는 14일 저녁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북핵문제도 관련국들 간 진지한 협상을 통해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어 궁극적인 해결 과정에 들어설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북한이 하루속히 유엔 안보리 결의 및 9.19 공동성명에 따른 비핵화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이 북한에도 압박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남북 당국 간 대화에도 의욕을 보였다.

최근 북한이 발신하는 대남.대외 메시지는 대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이 8월초 이희호 여사 방북을 수용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도 하반기 한반도 정세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개발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 계기에 워싱턴을 방문해 오바마 미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9일 윤병세 장관은 "정상들이 북한.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각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언론의 관심 정도는 떨어지나, 8월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 외교 수장들이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일한 안보 협의체인 까닭이다.

현재까지는 이란 핵 타결이 북핵 해결에 미칠 긍정적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열쇠를 쥔 미국의 태도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 핵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달 30일,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우리가 역량이나 행동의 자유를 포기하면서까지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