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미국 이스턴켄터키대학교 명예교수 / 전 통일연구원 원장)

1945년 한반도가 분단된 지 어느덧 7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현실적으로 한반도에는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고 남과 북이 모두 유엔회원국이다.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ROK) 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이 38선을 경계로 1백만 이상 지구촌에서 가장 중무장한 군대로 서로 대치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민족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전쟁상태에서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은 점점 더 현실에서 멀어지고 통일로 가는 길은 더욱 더 험준해지고 있다.

남과 북이 합의에 의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코리아(a unified Korea) 새나라 국가 건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합의(평화)통일을 위한 원코리아(One Korea) 복지.선진 새나라 건설 과정에서 많은 걸림돌과 선결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합의통일 방안의 하나의 대안으로 한반도 중립화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한반도 중립화가 한반도 주변 4강(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국가이익과 부합하기 때문에 한반도 중립화 통일을 지지할 것으로 필자는 주장한다.

2015년은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이하여 통일코리아는 여전히 미래비전이며 남한과 북한이 평화적 방법으로 원코리아(One Korea) 새나라 통일국가 건설을 위한 수 많은 노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6년 반 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어 북핵문제가 이미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의 3단계로 진입하게되면 9.19 합의에 따라 다음 단계는 남북한과 미•중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통하여 현 정전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제도화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4강은 통일한반도가 어떤 모습일 것인지 그리고 그들의 국익과 부합할 것인지에 관해 불확실성 때문에 통일코리아에 대한 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글에서는 한반도 중화평화론[中化平和論(中和論), neutralized peace of the Korean peninsula]에 입각하여 중립화 통일한반도를 준비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언하고자 한다. 중립화 통일로 가는 길만이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국익과 부합되고 이들 4강은 중립화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사료된다.

중화평화론은 기존의 이념 양극화와 극단적인 사고와 행동을 중화(中化) 시키면 3화(和) [화합(和合), 조화(調和), 평화(平和)]를 이뤄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고 통일한반도는 비동맹, 중립국으로 균형외교•안보정책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화론(中和論)은 다음의 3가지 수준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남한사회 내의 중화론을 통해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현재 보수와 진보 간의 극심한 이념대립 등 남한 내 남남갈등을 중화(中化) 시키지 못한다면 국민화합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둘째, 남북간 중화론을 통해 남북간 화합, 조화 그리고 평화를 이룸으로써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통일한반도는 4강의 어느 강국과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 비동맹, 균형외교 전략을추구하면서 4강과의 공존과 균형외교를 유지하여 그들의 국가이익이 교차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극복하면서 중화론을 통해 통일코리아 새나라 복지국가를 건설하게 될 것이다.

통일코리아가 4강의 국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4강도 통일코리아의 국내 정치 불간섭이란 국제적 공약을 4강으로부터 받아내야 한다. 이러한 구상은 결국 통일한반도를 비동맹, 중립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주변 4강과 통일코리아의 국익이 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이렇게 되면 주변 강대국의 국익을 증진하고 그들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쟁을 할 필요가 없어지며, 통일코리아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며 결과적으로 동북아의 안보,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화론에 입각하여 평화통일 과정에 있어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남북한 사회 내부의 중립화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한사회의 이념적 양극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조속히 중화론을 통한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색깔논쟁을 완화하여 화합, 조화 그리고 평화적 분위기를 이뤄 통일코리아의 안보정책으로 비동맹, 중립화 정책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일코리아는 중화론을 통하여 4강대국의 정치적 개입을 막고 국가안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남•북•미•중 4자회담에서 남북간 평화공존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제도화를 위한 길을 마련한 후 다음 단계로 남북한과 주변 4강을 포함하는 6자회담을 개최하여 한반도 중화론의 원칙에 따른 한반도 통일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립화 레짐구축(regime building)을 통한 중립화 통일 방안을 현재 남북통일 방안의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즉 중립화 통일 방안은 단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하여 남북간 평화, 경제공동체를 먼저 이뤄 중립화를 통한 단일 통일국가를 건설하자는 방안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많은 정치인, 지식인, 학자, 통일연구가나 운동가들이 영세중립화를 통한 한반도 통일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립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만 있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중립화 레짐구축을 통해 통일국가를 건설하는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였다. 이에 본 글은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논리를 전개하고 구체적으로 5단계 중립화 통일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에 중립화 한반도 통일연구에 기여하고자 한다.

중립화 통일의 논리

통일 한반도의 중립국가 구상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여러 세기 동안 강대국 간의 세력균형정치(balance of power politics) 속에서 희생되어 온 한반도에 평화와 안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신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구상을 지지하여 왔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변경할 수는 없지만, 남북협력을 통한 중립화 레짐의 구축을 통하여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향후 남과 북이 중립화를 통해 이룬 통일코리아는 정당한 자위수단 이외의 무력사용을 통한 전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한반도를 위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4강이 통일코리아의 독립, 영토보존과 주권을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영구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중립화의 기본 원칙은 통일코리아와 중립화 보장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간 모두에게 국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중립화 레짐구축을 통해 통일코리아는 국제법적으로 중립화를 보장받고, 중립화 보장국들에게도 평화와 번영과 더불어 그들 간에 한반도 내에서 세력균형 정치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공하게 되어 장기적으로 관련국 모두에게 윈-윈(win-win)하는 상호이익을 제공하게 되어 한반도에서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중립화 통일은 이론적으로 중화평화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중립화 통일의 논리는 크게 네 가지 시각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첫째, 지정학적 시각에서 한반도는 오랜 시간 강대국들 간의 세력균형 정치의 희생물이 되어왔으나 중립화를 통해 강대국간 세력균형 정치로부터 해방되어 지정학적 숙명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중립화는 향후 통일코리아가 4대 강국간 이익경쟁을 극복하고 선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궁극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둘째로, 남북한의 시각에서, 중립화 선언은 한반도에는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국제법적으로 상호인정함으로써 남북한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중립화는 남북 내부의 갈등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된다. 우선 남한에는 보수와 혁신 간 남남갈등을 해소하는데 중립화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 이 중립화 선언 후 남과 북의 거대한 군사비가 절감되어 남북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로, 한반도를 위요한 미•중•일•러 4대 강국의 시각에서, 한반도의 중립화는 4강의 국가이익과 부합되기에 한반도 중립화 통일방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며 통일코리아와 4강은 상생과 공영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관련국 모두에게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넷째로, 북한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주장하고 남한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주장하여 남과 북이 주장하는 각자의 통일방안을 서로가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남과 북이 합의할 수 있는 공동의 통일방안을 마련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하나의 대안으로 중립화 통일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립화 통일방안은 남과 북이 합의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중립화 5단계 통일방안

그러면 한반도 중립화 통일은 어떻게 추진될 수 있을까? 아래에서 5단계 중립화 통일 방안의 미래비전을 요약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1단계는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과 1953년 군사정전협정 후 6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전쟁을 종식하는 한반도 평화조약(a peace treaty)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 평화 안정을 위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청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미•중•남북한 4자가 한반도 평화조약에 서명해야 하고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에는 반드시 적어도 ‘미북평화합의문’, ‘남북평화합의문’, 그리고‘한중평화합의문’의 3개 부속 평화합의문이 포함되어야 한다. 4자간 합의에 의하지 않은 남북간 중립화 통일논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무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 주제가 9.19 합의에 따라 향후 열리게 될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논의되게 될 것이다.

2단계는 남과 북이 합의를 통해 한반도 중립화 통일을 위한 남북 공동 합의문 채택 혹은 남북간 중립화 통일 기본조약 체결이다. 남과 북이 지금까지 제안하고 있는 남북 양측의 통일방안은 서로가 수용하기 힘든 방안으로 통일에 대한 열기에 비해 남과 북이 하나의 통일방안을 만들어 내기엔 역부족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이나 남한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융합하여 남과  북이 합의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만드는 것보다 남과 북이 한반도 중립화 레짐구축을 통한 중립화 통일 대안 마련에 대한 합의가 남과 북이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더 쉽게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3단계는 남북과 4강간 한반도 중립화 선언과 중립화 국제조약 체결을 이뤄야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4강의 국제협력이 없이는 중립화 통일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이 4강간의 한반도 중립화를 우선 선언한 후 남과 북 양 정부가 4강간의 중립화 국제조약 체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조약을 유엔에 등록하여 국제법적 효력을 발생하도록 하여 국제법상의 중립국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4단계는 남과 북이 중립화 통일헌법을 채택하고 통일헌법에 따라 통일국가의 탄생을 위해 한반도 전역에 걸쳐 총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5단계는 한반도 중립화를 통한 한반도에서 통일중립국가 창립단계이다. 중립화를 통한 한반도 통일국가는 이런 과정을 걸쳐 창립하게 되는데 통일국가는 유엔의 회원국으로써 국제법상 당당하게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게 되며 국제법적으로 보장받은 중립국 통일코리아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표1> 한반도 중립화 5단계 통일방안

단계

핵심내용

1단계

- 남북화해 협력 관계 발전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 남북 기본합의서 실천 이행

- 비핵화 실현

- 4자 미중남북한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2단계

- 남북 경제평화공동체 건설

- 남북한간 중립화 통일 기본조약 체결

3단계

- 남북한과 미중러일강 간에 중립화 국제조약 체결

4단계

- 남북한간 중립화 통일헌법 채택

- 한반도 전역에 총선거 실시

5단계

- 통일코리아 복지선진중립국가 건설

- 유엔회원국 등록

그러나 5단계 중립화 통일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 남과 북이 함께 중립화 통일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남과 북이 먼저 스스로 한반도 평화와 중립화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남과 북은 우선적으로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상호불신을 해소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호간 무기경쟁과 군사적 대립을 피하고, 이념적 정통성을 주장하는 논쟁을 지양하고, 외국과의 군사동맹을 점차적으로 완화하여 남과 북이 중립화를 스스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한미동맹의 미래에 관하여 중립화 국제조약이 체결되면 한미동맹은 자연히 와해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필자는 중립화 통일이 되고 통일코리아 중립국가가 한반도에 탄생될 때까지 주한미군은 계속 머물게 될 것이다.

동시에 남과 북은 진정한 화해와 상호신뢰 구축을 증진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남북 양 정부는 안정된 평화,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고, 한반도 중립화와 관련이 있는 4대 강국과 한반도 중립화를 위해 협상할 수 있게 된다. 4강간 중립화 국제조약이 체결되면 남과 북은 하나의 통일국가 건설을 위해 남북간의 총선을 통해 새로운 코리아 통일국가를 건설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한반도 중립화 구축과정은 오랜 시간을 요하나 중립화 통일비전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인내심과 의지를 갖고 중립화 통일코리아가 창립될 때까지 계속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이젠 실질적으로 핵무기와 핵탄두 미사일을 보유한 핵국가이다. “김일성-김정일헌법” 서문에도 명문화 된 바와 같이 북한이 핵국가임을 선언하였다. 북한이 핵국가로 계속 남을 것인지 아니면포기할 것인지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사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화를 위한 희망은 존재한다. 향후 북미관계 개선에 따라 9.19 합의에 의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재개될 것이며 동시에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고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궁극적으로 중립화를 통한 평화통일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통일한반도가 이뤄지려면 많은 준비와 관련 당사국들과 양보와 타협이 요구될 것이다.

본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반도 중립화 통일로 가는 길은 멀고 험준하지만 이미 통일로 가는 긴 여정은 시작되었다고 하겠다. 단기적으로 6자회담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외교적으로 북핵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한다. 북핵문제의 해결없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나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은 일장춘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평화통일 실현은 불가분의 함수관계라 할 수있다. 지금까지 통일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여 통일은 어디까지나 “구호”에 그치고 지난 15년간 6.15 공동선언의 2항을 위한 노력이 전무한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제 우리 민족이 함께 힘을 모아 이념과 정치적 욕망을 초월하여 남과 북이 함께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위해 정치적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5단계 중립화 평화통일은 우리 앞에 멀지 않은 장래에 가까이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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