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 NK VISION 2020 대표

필자는 지난 2012-2014년까지 3년여에 걸쳐 북한의 유아들과 고아들의 교육, 의료, 복지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1차적으로 평양시내의 육아원, 애육원, 평양산원, 옥류아동전문병원 등을 참관한 내용을 서너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필자 주)

 

세쌍둥이 전문 평양육아원을 가다

나와 일행은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평양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평양시 육아원을 참관하였다. 평양시 육아원은 내가 이곳을 다녀간 몇 개월 후에 평양시 애육원과 함께 대동강변에 있는 초현대식 건물로 이전을 했으며 오늘의 이야기는 이사하기 직전에 참관한 내용들이다.

육아원은 평양산원을 퇴원한 갓난아이들부터 유치원을 입학하기 직전 연령인 다섯 살까지의 일반 고아들뿐 아니라 다태자 쌍둥이들(세쌍둥이 이상)을 다섯살까지 양육하는 시설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곳은 고아원 시설이지만 부모가 존재하고 있는 다둥이들이 갓난아이 시절부터 양육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고아원이라고만 단정지을 수도 없는 곳이다.

육아원 정문을 통과하니 원장 일행이 멀리서부터 달려나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현관을 들어서자 북한의 공공건물 어디나 그렇듯이 본관 로비에는 김일성 김정일 두 지도자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화환증정을 하는 헌화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본시 아이들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원장의 안내로 내부 시설 곳곳을 둘러보며 평양체류 일정 중에 가장 즐거운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수 있었다. 이날 이곳에는 일반고아들 30여명과 세쌍둥이 7쌍(21명)이 형제자매처럼 함께 어울려 살고 있었다.

▲ 평양시 육아원 정문 입구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육아원 원장 일행과 함께한 필자 일행. [사진제공 - 최재영]

▲ 로비 헌화대에는 세쌍둥이 출생을 축하하는 당에서 보낸 화환이 놓여져 있었다. [사진제공 - 최재영]

원아들에게는 하루 4번 식사와 2번 간식 제공

육아원에 도착한 직후 나는 우선 원장의 양해를 깊이 구하고 가장 먼저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과 조리실을 들어가 보았다. 주방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벽에 걸린 식단을 살펴보니 이곳에 거주하는 세쌍둥이들을 비롯한 원아들에게 하루 4번의 식사와 2번 간식이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식단 메뉴는 1주일 단위로 교체가 된다고 했다.

내가 도착한 주간의 ‘주간 식사차림표(4월 23일-30일)’를 보니 아래와 같았다.
* 아침 7시: 백미밥, 배추국, 멸치찬, 염무우찬
* 오전 11시: 백미밥, 오리고기국, 오리고기, 계란말기, 두부전
* 오후 3시: 영양가루밥, 대구국, 대구찬, 염무우찬, 김튀기
* 저녁 7시: 백미밥, 오리고기국, 오리고기, 장떡, 두부전
* 새참: 오전 9시: 빵, 과자, 우유
오후 5시: 튀기, 산유

식단메뉴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 등을 고려해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균형있게 짠 것으로 보였으며 반찬거리를 만들 식재료들은 모두 대체적으로 신선했다. 음식물을 관리하거나 조리하는 방식 등은 매우 위생적이고 엄격해 보였으며 조리실 내부 시설물들은 이사가기 직전이라서 그런지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매우 청결했다. 밥을 지을 때는 전기를 이용한 대형 특수 밥솥에서 스팀으로 쌀을 찌는 방식이었다.

원아들의 영양관리에 전적으로 마음을 쓰는 원장과 보육원들과 조리사의 정성이 깃든 식사준비 과정을 직접 목격하니 마음이 놓였으며 이 정도라면 어린 세쌍둥이들과 원아들이 하루가 다르게 잘 자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어졌다.

▲ 주방 조리실에 걸려 있는 한 주간의 식단표. [사진제공 - 최재영]

▲ 식단 메뉴대로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꺼내진 대구(생선)와 오리고기. [사진제공 - 최재영]

▲ 접시에 담겨지는 반찬을 점검하고 있는 필자. [사진제공 - 최재영]

▲ 대형 스팀 밥솥안에는 점심 배식을 마치고 남은 밥이 보였다. [사진제공 - 최재영]

부모가 담당할 수고를 국가에서 책임지는 현장

나는 주방과 조리실을 나와 각 방과 시설물들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기거하는 방들을 둘러보니 침대에 누워 있는 갓난아기들로부터 5살짜리 아이들까지 각각 연령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에 의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의 전반적인 발육상태는 매우 양호했으며 모두 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뽀얀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방문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미리 색동옷을 입혔는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입고 있는 전통적인 조선 의복을 보니 나의 어린 유년시절이 생각났다. 특히 세쌍둥이들의 침대 옆에는 보육원들이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서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으며 보육원 외에도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영양보육원과 담당의사, 세탁공들, 청소봉사원들이 여기저기 다니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각 방들은 저마다 특색있게 아이들의 보육과 놀이시설, 각종 장난감과 침구류 보관함, 지능개발 등에 필요한 유아전문 용품과 시설들로 꾸며져 있었다. 복도 부근에 있는 애기젖가루(분유)와 젖산균영양가루, 종합비타민 등을 보관한 창고와 각종 과자류와 간식들을 보관한 창고를 들여다보니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특히 원장의 말에 의하면 다둥이들의 부모들은 주말이나 격주간격으로 이곳을 찾아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자라난 아이들을 바라보며 만족해하고 몹시 기뻐하며 아이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낸 후 돌아간다고 했다.

이곳 평양시 양육원은 그 특성상 주로 부모들이 모두 평양에 거주하는 세쌍둥이들을 양육하는 곳이므로 나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세쌍둥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원장의 증언에 의하면 이곳의 세쌍둥이들은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대의 ‘어린이건강관리과’ 의사들과 평양산원 의사들로 구성된 전문 의료진들이 전담하여 만 4살까지 돌보고 있다고 했다.

“세쌍둥이들은 평양산원의 의사들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어날 때까지 담당하고 있으며 출생후 4개월부터 만 4살까지는 평양의대 의사들과 소아과 전문 의사들에 의해 쌍둥이 한 쌍 씩 담당의사가 배정돼 있습니다. 1살까지는 1주일에 한번 정기검진을 하고, 4살까지는 한 달에 한번 합니다. 그리고 5살이 되어 양육원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들어가면 분기에 한번 꼴로 건강 검진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도적으로 아주 참 잘되어 있네요.”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부모들은 세쌍둥이들을 뱃속으로 낳기만 했지 손에 물 한번 안 묻히고 힘 안들이고 나라에서 아이들을 고스란히 키워주는 것에 대해 꿈만 같이 여기며 감동하고 있습니다. 이곳(육아원)을 거쳐 간 모든 부모들은 나라의 크나큰 혜택을 직접 누리고 나서 사회주의 제도가 한없이 고맙고 귀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세쌍둥이들이 받는 혜택에 대한 원장의 설명은 막힘이 없었다. 더구나 세쌍둥이일 경우 국가의 특별 배려로 직승기(헬리콥터)를 보내 산모를 후송하여 입원시키고 태아 한 명당 담당의사와 간호사가 배정되어 보살핌을 받을 정도로 각별한 보호와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로 여겨졌다. 

그뿐 아니라 평양의대병원과 평양산원이 연대하여 각 도별 지역별 아동병원들과 함께 연계하여 아이들의 건강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으며 다둥이들을 의학적으로 돌보는 이런 건강관리제도는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 아이들이 육아원을 거쳐 유치원-소학교-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지속적인 건강검진과 관리를 해준다고 하니 아이들의 부모들은 국가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둥이들은 국가에서 특별관리를 하기 때문에 저희 육아원도 담당의사들과 별도로 검진카드와 건강수첩을 별도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발육상태와 치료상황을 빠짐없이 기록하여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데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내가 세쌍둥이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나도 역시 이런 혜택을 입는 상황이라면 국가를 향해 몹시 고맙게 여길 것 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 한 명을 키워도 얼마나 많은 수고와 품을 팔아야 하는가? 하물며 느닷없이 아이 셋, 넷을 동시에 키워야 하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물질적, 체력적, 교육환경적인 면에서 부모들은 매우 난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원장은 나와 일행이 시설들을 모두 둘러보자 자신의 사무실로 친절하게 안내를 한 후 선임 보육사가 동석한 가운데 함께 차를 마시며 나와 담소를 나누었다.

▲ 수업을 받는 세쌍둥이 여아들의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육아원에서 가장 준수하고 늠름하게 생긴 세쌍둥이 남아들의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필자의 품에 안겨 떨어질 줄 모르는 쌍둥이 남아. [사진제공 - 최재영]

▲ 세쌍둥이 남아들인 방백호-두호-산호와 함께. [사진제공 - 최재영]

▲ 가장 최근에 들어온 세쌍둥이 아이들을 잠재우고 있는 필자. [사진제공 - 최재영]

이사갈 꿈에 한껏 부풀어 있는 육아원 식구들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한 김정희라는 이름의 육아원 원장은 올해 52살로 보육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서 공훈보육원의 칭호와 직책을 지니고 있었는데 매우 지적이고 온화하며 열정적인 여성으로 보였다.

“세쌍둥이 아이들의 모습이 참 밝고 어여쁩니다. 모두 곱게 자라고 있어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이곳에는 3명의 보육원을 비롯해서 세쌍둥이들을 위한 담당의사, 간호사, 취사원, 세탁공까지 배정돼서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들은 경외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특별 배려에 의해 새로 짓고 있는 평양시 육아원, 애육원 건물로 이사갈 꿈에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언제 이사를 갈 계획이신가요.?”

“올 련말(연말)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세쌍둥이들은 왜 자기들 부모와 살지 않고 무엇 때문에 여기서 살고 있나요? 아무리 키우기가 힘들어도 아이들은 부모들의 품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만인들의 축복 속에 세쌍둥이, 네쌍둥이들이 태어나면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평양산원에서 의료진들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4개월을 보내도록 한단 말입니다. 그리고 넉달이 지나면 자기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살고 있는 평양시나 각 도마다에 있는 육아원으로 갑니다.”

“아 그렇군요.”

“그뿐 아니라 세쌍둥이 아이들의 부모들 중에는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아이들을 양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이혼을 한다거나 부모가 건강치 못해 몸이 아프다거나 혹은 사고를 당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양육이 힘든 경우도 많단 말입니다. 그런 형편들을 국가에서 배려한 것입니다.”

“그럼 평양산원에서 퇴원한 산모는 어디로 갑니까?”

“넉달을 몸조리하며 아이들과 정을 나눈 산모는 이제 고향집으로 돌아가 원래대로 생활을 하며 일주일에 한번이든 언제든지 자기 아이들을 만나러 양육원에 방문하여 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들을 항상 지켜봅니다. 우리 평양 육아원이나 각 지역의 육아원에서는 무조건 세쌍둥이들이나 다산둥이들을 5살까지 키워서 다시 자기들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고 나면 또 다시 평양산원에서 새로 태어난 세쌍둥이를 받아서 저희가 키워줍니다.”

“쌍둥이들 입장이나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의료혜택과 교육적 측면에서 이곳 양육원에 맡기는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예로부터 자식 하나 키우는데 오만공수가 든다고 하는데 하물며 단번에 한 명도 아니고 셋, 넷이나 되는 어린아이들을 낳은 어머니들은 장차 자식을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품을 들여야 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세쌍둥이가 태어나면 복덩이로 떠받들리며 국가에서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이처럼 돌보고 있는 것입니다.”

원장은 대화 도중에도 반복해서 ‘이 좋은 사회주의 제도가 있어 우리 고아들과 쌍둥이들이 행복에 겨운 혜택을 무한정으로 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으며 세쌍둥이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면 여느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예능교육 등에 매우 특별한 소질을 나타내고 있다고도 했다.

▲ 육아원 사무실에 필자를 안내하는 김정희 원장의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세쌍둥이들은 출생직후 인큐베이터를 통해 발육하며 보호받는다. [사진제공 - 최재영]

▲ 의료진의 특별 관리를 받은 후 4개월만에 평양산원을 퇴원하는 네쌍둥이들의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444번째 세쌍둥이가 태어나다

원장의 말에 의하면 내가 이날 평양육아원을 방문할 당시에 평양산원에서는 444번째의 세쌍둥이가 태어났다고 알려 주었다. 물론 저 일련번호는 세쌍둥이만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다태자’를 모두 포함한 숫자라고 한다. 다태자라고 하는 것은 두쌍둥이를 제외한 세쌍둥이 이상을 말한다.

그 후 내가 평양을 떠난 후인 2014년 11월에는 445번째로 세쌍둥이가 또 태어났다는 뉴스를 미국에서 접했다. 445번째 아이들 부모의 거주지가 강원도였기 때문에 세 아이들은 모두 건강한 상태로 고향인 강원도 육아원으로 가기 위해서 평양산원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1월 16일에는 벌써 448번째의 세쌍둥이가 또 태어났다는 뉴스가 연이어 전해졌다. 북에서는 이처럼 유독 세쌍둥이가 많이 태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이것저것 원장에게 알아보았다.

특히 위에 언급한대로 다태자들에게 출생 일련번호를 정해주는 제도는 이미 1948년부터 시작됐으며 이 번호는 세쌍둥이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네쌍둥이와 다섯쌍둥이도 포함되어 있으며 심지어 여섯쌍둥이까지 포함돼 있다고 한다. 물론 세쌍둥이들이 다태자들의 거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북에서는 그 동안 매년 7쌍 정도의 세쌍둥이가 태어났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다섯쌍둥이도 무려 다섯쌍(25명)이나 태어났으며 그들도 국가의 배려와 지속적인 보살핌으로 건강한 상태로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북에는 워낙 세쌍둥이들이 많이 출생하는 국가이다 보니 두쌍둥이들의 출생소식은 뉴스거리도 안 되는 듯 싶었다.

▲ 평양산원을 이용하는 임신부와 산모들을 위해 무료승용차 시범 운행을 하는 모습.(2013년 7월) [사진제공 - 최재영]

▲ 필자가 2014년 4월에 다시 확인을 해 보니 무료승용차들은 차량지붕에 택시간판을 달고 운행 중이었다. [사진제공 - 최재영]

김일성주석 탄생 100주년에 맞춰 태어난 415번째 세쌍둥이

나는 원장에게 세쌍둥이와 관련된 특별한 소식도 한 가지 듣게 되었다. 지난 2012년 3월 19일 아침에는 평양산원에서 415번째의 세쌍둥이가 태어났는데 북의 각계각층에서는 당시 이 아이들의 출생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열광했다고 한다. 아들 1명과 딸 2명인 이 세쌍둥이 아이들의 이야기는 당시 병원과 육아원 관계자들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지금까지 널리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김일성주석의 탄생 100돌이 되는 2012년 4월 15일을 바로 앞둔 시기에 415번째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세쌍둥이가 부여받은 출생 일련번호와 김주석의 출생일이 일치하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사회구조 속에서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닐만 하다고 생각되어졌다.

또한 남북한이 예로부터 모두 좋아하는 숫자인 ‘3(석삼)’이 세 번이나 중복되는 숫자인 ‘333’이라는 행운의 숫자를 지니고 태어난 다태자는 지난 2004년 2월에 평양산원에서 태어난 세쌍둥이들이 그 주인공들이었다고 한다.

▲ 지방에 거주하는 세쌍둥이와 부모가 담당 의료진들로부터 퇴원환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 퇴원한 세쌍둥이들을 태운 직승기가 거주지에 착륙하자 환송나온 지역주민과 관계자들.(1980년대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다태자 쌍둥이들의 다양하고 특이한 이름들

이곳 평양시 양육원 입구 헌화대에는 세쌍둥이 아들들인 방백호-방두호-방산호의 출생을 축하하기 위해 당에서 보낸 축하화환이 놓여져 있었다. 이 방씨 아이들 이름 속에는 모두 ‘백두산 호랑이’라는 명칭이 사용됐지만 더 깊은 의미로는 ‘백두산 호랑이처럼 기백있게 살라’ 혹은 ‘백두혈통을 위해 충성하라’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보여진다.

이밖에도 필자가 그동안 작명되었던 다둥이들의 다양하고 특이한 이름들을 조사하며 살펴보니 다태자 쌍둥이들의 이름들은 거의 모두 당과 최고지도자를 향한 ‘충성의 이름 짓기’에 초점을 맞춘 듯 보여졌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일인 ‘광명성절’에서 따온 박광국-박명국-박성절이라는 이름들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총폭탄’이되라는 의미인 정총일-정폭일-정탄일이라는 이름들도 있으며 ‘총폭탄’이라는 돌림자 외에도 ‘충성심’, ‘일당백’, ‘친위대’, ‘근위대’, ‘로동당’, ‘일편단심’, ‘일심충성’ 등의 군사적 단어나 정치적 단어들이 이름의 주 소재로 쓰인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강성대국’에서 따온 이름들 중에 아들들인 경우에 최강국-최성국-최대국을 비롯해 딸들인 경우에 '강정심-강성심-강대국'이라는 이름도 있었으며 ‘선군영도’를 집어넣은 ‘김선옥-김군옥-김영도’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장군복(福)’을 의미하는 원장성-원군성-원복성이라는 이름과 ‘충성동이’를 의미하는 오충일-오성일-오동일 등의 작명사례도 있었으며 네쌍둥이 이름들 중에는 ‘조국보위’라는 네 글자에서 딴 백조성-백국성-백보성-백위성이라는 이름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태자들의 이름들이 모두 다 획일적으로 정치적 군사적 용어만으로 지어진 것만은 아니었다. 리경덕, 리경복, 리경흥 같은 평범한 이름들과 ‘진달래’라는 단어에서 따온 전진철-전달철-전래향이라고 지은 토속적인 이름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사회주의국가이며 주체사상으로 무장된 북에서는 이처럼 다둥이들의 이름들을 당과 최고지도자에게 충성하라는 뜻으로 짓는 것이 매우 보편적이고 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목회자인 내게는 이같은 북한의 다태자 작명 문화 현상이 마치 독실한 신앙심을 지니고 있는 기독교인들과 천주교인들이 자녀를 출생하면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으로 짓는 것과 동일한 경우로 보여졌다.

▲ 국가에서 세쌍둥이와 그의 부모들에게 하사하는 ‘은장도와 반지’. [사진제공 - 최재영]

▲ 국가에서 세쌍둥이와 그의 부모들에게 지급하는 ‘선물명세표’. [사진제공 - 최재영]

세쌍둥이와 부모에게 하사되는 ‘은장도와 금반지’

세쌍둥이 전문 육아원을 방문하니 오늘 가장 궁금한 것이 국가에서 세쌍둥이들에게 하사한다는 은장도와 금반지 선물에 관한 것들이었다. 다행히 원장과 보육교사는 이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 그 유래를 알아보았다.

원래 김일성 주석이 “세쌍둥이가 태어나면 나라가 흥할 징조입니다”라고 여러 번 언급할 정도로 세쌍둥이를 위한 특별관리를 여러 차례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83년 5월 하순, 세쌍둥이 출산에 대한 경사스러운 보고를 받은 김 주석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보내라는 특별지시를 내렸고, 이에 김정일 위원장의 뜨거운 관심과 연구 끝에 소위 ‘은장도·금반지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수령님의 의중을 파악하신 장군님은 만수대창작사 창작가들로 하여금 기념품 도안에 대한 창작에 골몰하도록 하셨으나 수십명의 공예창작가들이 며칠 밤을 새웠으나 종내 신통한 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모대기고만 있다가 힘써 내놓은 도안의 대부분이 손목시계 종류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사실을 보고받으신 장군님께서 그 동안 자신이 홀로 생각하신 은장도와 금반지에 대한 안을 내놓셨습니다.”

“그럼,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아이디어인 것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아기들에게 줄 기념품으로 은장도와 금반지로 결정을 내리신 후에는 견본품을 만들도록 구체적인 과업을 주셨고 제작에 필요한 금, 은, 보석, 수정 그리고 곽(상자)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재를 보장받도록 대책을 세워주셨습니다. 그리고 그해 10월에 창작사에서 만든 은장도와 금반지 견본품을 보시고 잘 만들었다고 치하해주셨고 이때(1983.5)부터 세쌍둥이들에게 내려주실 첫 은장도와 금반지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원장의 말에 의하면 세쌍둥이가 모두 아들인 경우에 은장도가 하나씩 수여되고, 딸인 경우에는 금반지가 수여된다. 세쌍둥이 가운데 딸이 둘이고 아들이 하나인 경우에는 아들에게는 은장도가 수여되고 딸들에게는 금반지가 수여되며, 은장도와 금반지에 생일을 새겨넣되, 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서로 헤어졌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도 자기 형제를 확인할 수 있도록 3개를 모두 합쳐야 전체 출생년월일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첫째에게 수여되는 은장도의 칼날에는 출생년도(年度), 둘째의 은장도는 출생월(月), 셋째의 은장도에는 출생일자(日字)가 각각 새겨져 있고 세 아이의 모든 칼집 한쪽 면에는 출생년월일이 모두 새겨져 있어 은장도를 보면 세쌍둥이의 생년월일과 그가 몇째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은장도는 허리에 찰 수 있는 고리가 달려있고 ‘일편단심 혁명의 한길에서 당과 수령께 충성을 다하라’는 뜻에서 고리에 붉은색 수실을 달았고, 칼자루 양면에는 세쌍둥이라는 것을 상징해 앞면에는 마치 녹두알 같은 세개의 홍보석을 달았고, 뒷면에는 세송이의 목란 꽃문양을 박아 넣었으며 아이들이 기념일에는 허리춤에 차고 다닐 수 있게 했다.

여자아이들에게 수여되는 금반지에도 은장도와 같은 형식으로 아이들의 출생 년월일이 뒷면에 차례로 새겨져 있고 ‘태양을 따르는 충성의 꽃이 되라’는 의미에서 금반지 한가운데는 세송이의 해바라기꽃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그 안에는 세쌍둥이를 상징하는 세 개의 홍보석이 박혀 있다.

“우리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은장도와 금반지를 만드는데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신 후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 듯 세쌍둥이를 낳은 부모에게도 그 노고를 생각하시며 은장도와 금반지를 함께 주도록 하시며 아버지에게는 은장도를, 어머니에게는 금반지를 안겨주시었습니다.”

주인공인 아이들뿐 아니라 낳아준 부모에게도 선물을 하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나니 북에 사는 젊은 부부들은 세쌍둥이 출산에 도전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평양산원을 출입하려면 현관에서 신발위에 자동으로 덧신을 씌워주는 위생기계를 통과해야한다. [사진제공 - 최재영]

산모를 위한 각종 보약과 몸보신재료를 국가에서 공급

세쌍둥이 뿐 아니라 일반 신생아들에게도 아기들의 건강을 위해 기본적으로는 지급되는 품목은 콩으로 만든 ‘어린이인공영양젖(두유)’와 ‘애기젖가루(분유)’를 평양은 물론 전국 각 지방까지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현재의 김정은 제1위원장도 각계각층 인민들이 자신에게 약재들을 보내주면 먹지 않고 그대로 모아놨다가 일정량이 모아지면 다산한 산모들의 건강을 위해 평양산원으로 보내주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전국에서 보내준 석청과 산꿀, 곰열 등 구하기 힘든 고유 전통약재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나는 모르는 용어들이 많아 일일이 질문했다.

“곰열이 뭡니까?”

“아. 네. 곰열은 곰의 쓸개가루(웅담가루)를 말합니다. 예로부터 동물 쓸개들은 산모들에게 좋은 보신재로 사용됐는데, 특히 중국 장백산 흑곰열이나 멧돼지열, 고슴도치열 등이 좋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것들을 구해서 산모가 복용하거나 술을 담아 마시기도 했습니다. 처음 모유를 먹이는 산모들은 혹시 젖에서 쓴맛이 갈까봐 조심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젖이 쓰겁다구(쓰다고) 애기가 젖을 안 먹으면 큰일이지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깁니다.”

“이런 쓸개들은 산모가 100일이 넘기 전 석 달내에 먹어야 효과를 보는데, 이처럼 쉽게 구할 수 없는 귀중한 약재를 장군님께서는 살아생전에 지속적으로 보내주셨습니다. 귀중한 금은보화도 아끼지 않으시는 장군님을 따라 김정은 원수님도 이제 우리 아이들을 애지중지 사랑의 손길로 보살펴주시면서 현재 세쌍둥이 산모들에게 몸에 좋다는 칠색송어탕, 칠색송어찜, 칠색송어기름구이 등 각종 송어요리들을 충분하게 먹도록 조치해 주시고 계십니다.”

이처럼 북에서는 세쌍둥이나 그 이상이 다태자들을 낳게 되면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국가에서 특별한 선물들을 수여하거나 여러 가지로 특급대우를 한다. 하사품들은 은장도와 금반지 외에도 양복천과 이불, 그리고 분유, 꿀, 설탕 등의 식료품들이 풍성하게 전달될 뿐 만 아니라 양육보조금과 식료품, 옷과 침구류, 의약품 등도 무상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우리 공화국에서는 세쌍둥이, 네쌍둥이들이 양육원을 나와도 그 가정에 대해 주택과 식량은 물론 필요한 부식물도 충분히 제공하며 담당의사까지 지정해서 부모들의 양육을 지속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세쌍둥이는 이곳 평양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의 여러 각 시도 지역에도 있단 말입니다. 그러면 출생 지역의 우리 군당과 군인민위원회 차원에서도 갑자기 식구들이 늘어났으니 주거생활이 불편함이 없도록 살림집까지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 과거 90년대의 산모와 세쌍둥이들이 직승기를 이용하던 광경. [사진제공 - 최재영]

▲ 현재 산모와 세쌍둥이들이 이용하도록 대기하고 있는 직승기의 모습, 비행기 활주로에서 필자가 촬영함. [사진제공 - 최재영]

하늘에는 직승기, 땅에는 특별승용차 서비스

지난번에 필자가 평양산원을 방문했을 때 확인한 바로는 평양산원에는 세쌍둥이만 전담하는 ‘삼태자과(三胎子科)’-일명 ‘세쌍둥이 전문담당과’가 따로 있었다. 그 사실이 갑자기 기억나서 원장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예전 세월에도 세쌍둥이들은 태어났지만 그 당시는 의학이 발달하지 못해 그 아이들이 모두 살아남는 확률이 매우 적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칠삭둥이, 팔삭둥이로 태어난 아이들을 평양산원에서 수준높은 의학적 기술을 모두 동원하여 몸무게와 크기에서 정상적인 아이들의 기준치를 넘어설 때까지 보살피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뿐 아니라 평양산원은 지난해(2013년) 7월부터 퇴원하는 일반 산모들을 위해 무료 승용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2013년 10월경에 평양산원 건물앞에서 직접 확인을 해보니 빨간색 무료승용차들 20여대가 일렬로 대기하며 무료 시범운행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2014년 4월경에 평양산원 건물앞에서 다시 확인을 해보니 그 당시의 무료 시범 승용차들은 모두 지붕위에 ‘택시’라는 영어 간판을 달고 대기하고 있거나 활발히 운행 중이었다.

평양산원을 찾는 일반 승객들도 산모전용 무료승용차를 이용하도록 제도를 보완했다고 한다. 또한 병원을 찾는 면회객들이나 일반인들도 요금을 지불하며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일반인들에게는 유료운행이지만 산모나 임산부들은 여전히 무료운행이었다.

산모전용 무료승용차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나는 갑자기 세쌍동이를 출산할 때 헬리콥터(직승기)를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떠올라 질문을 했다.

“혹시 세쌍동이를 출산할 때 직승기(헬리콥터)가 뜨는 것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일단 세쌍둥이 임신 사실이 확인된 임산부들은 출산 전부터 안전하게 평양산원에 입원시켜 전담 의료진에 의한 특별관리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섬 마을과 산간지역에 거주하는 세쌍둥이 임신부에게서 긴급한 산통소식이 알려지면 비행장에 대기 중인 직승기가 신속히 날아가 태우고 옵니다. 반드시 산간지역이 아니더라도 각 지방에 사는 세쌍둥이 임신부에게서 긴급한 연락이 오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내가 지난번 평양산원 관계자를 만났을 때 실제로 직승기를 구경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평양비행기장에 항상 대기 중이라고 알려주었다. 나와 일행은 이번에 출국하면서 평양순안공항의 임시청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중에 흰색의 고급 직승기 한대가 활주로 인근에 대기 중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셔틀버스가 이동하는 도중에 직승기를 발견한 나는 황급히 사진 한 장을 찍고나서 셔틀버스 운전기사와 여성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그 비행기가 맞다고 확인해주었다.

나는 이날 평양시 양육원 참관을 마치고 떠나면서 북의 아동들은 국가의 어린이보육교양법에 의하여 철저하게 양육받고 보호받고 있으며 특히 부모없는 고아들을 키우는 각종 사업들과 제도들이 법적으로 담보되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또한 국가의 부담으로 각 도와 직할시에 육아원, 애육원들이 다양하게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되어졌다.

마음껏 뛰어 놀던 아이들이 나를 향해 매달리고 안기던 모습들이 계속 눈에 아른거렸다. 육아원의 어여쁜 아이들과 세쌍둥이들의 얼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보고 싶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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