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존 케리 미 국무부장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나카티니 겐 일본 방위상이 참석한 가운데 확정됐다.

이번 미.일 가이드라인은 미국의 국제안보환경 변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내용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아베 정권의 집단자위권 행사, 나아가 군국주의 부활과 맞물려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일본의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시아.태평양에는 북한의 위협이 있다. 동시에 중국의 남중국해 등지의 활동과 군비확장도 문제다"라고 말해, '2015 미.일 가이드라인'이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확인했다.

미.일 가이드라인은 어떠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개정되어왔는가. 역사 속에서 최근 개정된 미.일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자.

한국전쟁이 가져온 '미.일 안보조약'과 '1978년 미.일 가이드라인'

미.일 안보협력관계의 기축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과 함께 체결된 미.일 안보조약(미국과 일본간의 상호협력 및 안전보장조약)이다. 이 조약은 주로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여 △일본의 안전확보는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며, △미군에게 일본국내 기지사용과 주둔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일본 자위력의 점진적 증강에 긍정적 효과를 줬고, 1952년 일본 경찰예비대는 안보대로 개칭됐다.

1960년 1월 미.일은 군사적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를 확인하는 '신안보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의 일본측 주역인 기시 노부스케 당시 총리는 현 아베 총리의 외조부다.

신안보조약 5조는 "일본국의 지정하에 있는 영역에서, 어느 한쪽에 대한 무력공격이 자국의 평화 및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국 헌법상의 규정 및 절차에 따라 공동위험에 대처하도록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명시한다.

'극동조항'이라고 불리는 제6조에서는 "일본국의 안전에 기여하며 또한 극동에 있어서의 국제평화 및 안전의 유지에 기여하기 위하여 미국 육군, 공군 및 해군이 일본의 시설과 구역을 사용할 것을 허용한다"라고 규정한다.

해당 조약은 1970년 6월 자동연장됐지만, 추상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1978년 11월 미.일 방위협력을 위한 지침(가이드라인)이 작성, 발표됐다.

1978년 가이드라인은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이 있을 경우 취할 행동으로 △작전 구상, △지휘조정, △조정기관, △정보활동, △후방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특히, 일본 영역 외 사태에 대한 협력에 대해서도 "정세변화에 따라 수시로 협의한다"고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베트남전쟁 이후 미국의 국제정세인식 변화와 함께, 1960년대와 다른 1970년대 일본의 상황을 반영했다. 일본은 1976년 소규모 침략에 독자적 힘으로 대처하는 방위계획대강을 결정했다. 주일미군 방위비 지원 강화와 함께 일본의 역할도 점차 확대했다.

소련을 겨냥했던 미.일 가이드라인은 1989년 소련 붕괴로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탈냉전 상황에서도 동북아에는 북한이 존재했고, 소련 붕괴 후 중국은 과거 공산권 국가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7년 9월 미.일은 소련을 겨냥했던 기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주변사태' 대처에 초점을 둔 신 방위협력지침을 확정했다.

'1997 미.일 가이드라인'..극동지역에서 아.태지역으로

'일본 유사'에 중점을 뒀던 1978년 가이드라인과 달리, 1997년 가이드라인은 '주변 유사'에 중점을 뒀다. '일본 이외의 극동사태가 일본의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라는 조건.범위가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이 일본주변지역(아.태지역)에서 발생할 경우로 확대된 것이다.

또한 자위대의 역할도 소규모 침략에 대한 독자적 퇴치에서,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시 일본이 반격을 주도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형태로 확대됐다. 주변유사시에도 △미.일 양국이 각각 주체적으로 실시하는 행동에서의 협력, △일본의 미군 지원활동, △운용면에서의 협력 등 3개 분야 40개 항목으로 분류됐다.

즉, 구조 활동 및 피난민 대응조치, 수색 및 구조, 비전투원 철수작전,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한 경제제재의 실효성 확보라는 행동협력, 미군 활동에 대한 시설사용과 후방지역 지원이 포함됐다.

이 중 시설 사용에는 미군의 자위대 시설 및 민간항공과 항만 사용이 담겨있고, 후방지역 지원은 일본영역 내와 전투지역과 구별되는 일본 주변 공해 및 상공 제공이 명시됐다.

또한, 미.일 작전협력에서 주변사태가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자위대는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보수집, 감시 및 소해 등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미사일공격에 대한 공동대응이 새로 명시했다.

1997년 가이드라인은 주변국의 강한 우려를 가져왔다. 당장, 중국은 미.일 가이드라인이 자국을 가상의 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북한은 한.미 군사동맹에 따른 한.미 연합군사작전을 일본이 지원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전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본이 지원하기에 대북전쟁억제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지만, 한국 영역 내에서 미.일 군사협력이 이뤄질 경우 주권침해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5 미.일 가이드라인'..日 자위대, 아.태를 넘어 세계로

18년 만에 다시 개정된 '2015 미.일 가이드라인'은 1997년과 다른 국제정세, '부상하는 중국'이라는 요인이 강하게 반영됐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이)'를 둘러싼 대치는 일본으로 하여금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게 했다. 이번 개정에 일본측이 주도적으로 나선 이유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의 10년 전쟁과 2008년 금융위기로 상대적 쇠퇴를 경험한 미국도 '부상하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의 경제력과 자위대의 지원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는 '2015 미.일 가이드라인'에 반영됐다.

2015년 가이드라인은 기존 평시, 일본 유사시, 일본 주변유사시라는 항목을 평시, 중요영향사태(일본에 대한 공격, 자위권 적용), 존립위기사태(일본 이외 국가에 대한 공격, 집단자위권 적용), 일본 유사시 등으로 세분화했다.

1978년 극동이라는 지역적 제한이 1997년 아.태 지역으로 확대되더니 '중요영향사태'라는 이름으로 지역 제한이 완전히 사라지고 세계 어디든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는 국가에 일본 자위대가 후방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함께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섬 지역방위'를 명시, 중.일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이)'를 놓고, 중.일 간 무력충돌 시 미.일의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우주와 사이버공간 협력, 미.일 안보 상시협의기구 설치 등도 담았다.

'2015 가이드라인'은 미국의 입장에서 국방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아.태지역은 물론 중동 등 분쟁지역에서 일본 자위대의 보호, 수색, 구조, 후방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소득이다. 일본은 아베 정권 출범의 숙원이던 '보통국가화'의 장애물이었던 집단자위권 행사의 제약을 벗게 됐다.

문제는 한반도 유사시라는 '중요영향사태'가 발생할 경우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미.일 양국이 각각 미국 또는 제3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완전한 주권존중을 포함한 국제법 각국의 헌법 국내법에 입각하여 무력행사를 수반하는.."이라는 '제3국 주권존중'이 명시됐다.

여기서 '제3국'은 한국을 가리키는 것이며 1997년 개정당시 한반도 유사시 한국 주권을 어떻게 보장받느냐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설명이나, 미.일의 속내도 그러하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상황,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관계,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이 일본에 있다는 점 등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미.일 가이드라인에서 양국은 중.일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이)'를 주로 염두에 두고 '섬 탈환 작전'을 명시했지만, 여기서 '섬'의 의미를 일본의 입장에서는 독도에도 확대 적용할 여지가 있어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2015 가이드라인'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합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 확정에 이어 일본 안보관련 법제가 개정된다. '주변사태법'이 '중요영향사태법'으로 바뀌면서 지리적 표현인 '주변사태'라는 표현을 삭제해, 한반도를 포함해 어디서나 일본의 자위대가 미군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과거 일제의 침략과 식민 지배를 경험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에게 강한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이들 나라가 일본 자위대의 세계진출을 용인하는 '2015 미.일 가이드라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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