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앞날이 안개 속에 빠져버렸다.

이미 정해져 있던 지난 20일 임금 지급 기일에도 관련 당사자인 남북 당국과 기업들이 별 다른 대책없이 신경전만 거듭하고 있다.

“북측에서 세칙을 바꾸자고 하면 우리는 못 받아들이겠다고 거부하고 그쪽에서 다시 제안서를 들고 오면 협상에 응하지 않는 과정을 2~3차례 반복하면서 유야무야됐던 일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거의 패턴화된 일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기업지원부장을 지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최근 개성공단 임금인상과 관련해 북측 당국과 기업, 정부 사이에 흐르고 있는 난기류에 대해 21일 <통일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해석했다.

최근 발생한 특이 동향이 아니며 7년간 반복돼 왔던 일이라는 것이다.

또 공단을 방문해 북측 총국 관계자를 면담했던 기업 대표들과 통일부 당국자들의 언급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진위여부를 알기 어려운 상황까지 조성된 데 대해서는 “북에서 어떤 제안을 했을지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남북 당국자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책당국이 아닌 외부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기 어렵고 행간을 정확히 읽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지난해 말 북측이 개성공단법의 하위 노동규정을 개정함으로써 개성공단의 성격과 본질이 바뀐 상황에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지난해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법의 하위 노동규정 등을 개정한 것은 개성공단의 본질적 성격을 ‘남북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단규정’에서 ‘북측 지역에서 북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공단’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며, “이번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개성공단은 (남북 공동운영이 아니라)북측 총국(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운영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도 일종의 시행령인 ‘규정’ 아래 ‘세칙’은 북측 총국이 결정했지만, 세칙을 바꾸는 정도로 기업 측에 결정사항을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측에서 노동규정을 개정하고 이를 3월분 임금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서도 “정당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결정으로 법(노동규정 등)을 만들었는데 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문제가 되면 정치적 문제로써 결코 간단치 않다"고 짚은 바 있다.

그는 "개성공단 정상화는 남북당국 관계의 정상화 없이는 백약이 무효이다. 어떻게든 당국관계가 풀려가야 하는데 기본관점이 제대로 된 인식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개성공단 내 기업창설에서부터 북측 근로자에 대한 급여지급, 임금 협상 등에 이르기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맞닥뜨리는 모든 이해관계에 대해 포괄적인 지원을 하고 이와 관련해 북측과 협상을 담당하는 총괄조정 역할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수행하면서 개성공단 실무현안에 대해 가장 폭넓고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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