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평택 2함대 안보전시관에 전시된 천안함을 취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천안함 함수, 함미와 별도로 전시된 가스터빈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천안함을 두 동강 낸 버블제트 충격파를 직접 받았다고 발표된 가스터빈실에 10센티 가량의 파공(찢어진 구멍)이 있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또한 함수, 함미 절단 부분과 가스터빈실을 합체할 경우 사건 원인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가스터빈실은 천안함 사건 당시 함수, 함미와 별도로 선체에서 떨어져 분리돼 나중에야 인양됐고, 2함대 안보전시관에 함수, 함미가 계속 일반에 공개된 것과 달리 지난해 12월부터 함수, 함미와 별도의 공간에 연돌, 마스터와 함께 공개 전시됐다.

천안함 선체 중앙 하단에 위치한 가스터빈실은 3월 26일 사건 발생 후 한참이 지난 5월 9일에야 UDT 잠수사에 의해 발견돼 인양을 시도했지만 로프가 절단돼 실패한 뒤 5월 19일 민간업체가 인양했으며, 5월 20일 천안함 사건 중간조사결과 발표가 이루어졌다.

16일 평택 2함대 안보전시관을 찾은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와 천안함 사건을 추적해온 김경석(닉네임 ‘지수바라기’) 블로거, 그리고 취재에 나선 <미디어오늘>과 <통일뉴스> 기자는 가스터빈실 선체 파공을 확인했다.

▲ 가스터빈실 좌측 하단 꺾인 부위에 마름모꼴의 파공이 보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10센터 가량으로 추정되는 파공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0센터 가량으로 추정되는 마름모꼴의 이 파공은 가스터빈실 좌측(함수 기준) 중앙 하부 그늘진 곳에 위치해 얼핏 보아서는 발견하기 어렵고, 육안으로 보기에는 네모 반듯하고 깔끔하게 검은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줌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파공은 각진 모서리 아래 90도로 꺾인 부분에 위치해있고, 파공 부위가 얇아져 있는 점과 좌우 양끝은 꼬리 모양을 이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신상철 대표는 “천안함 선저부에서 그러한 파공이 자세하게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여태까지 함수, 함미 쪽만 주로 봤기 때문에 가스터빈실 밑면에 파공이 있는 것은 제대로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가로세로 10센티 규모의 파공이 있는 것은 상당한 침수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한 파공”이라며 “사건 초기에 ‘파공 후 침수’라는 보도가 나오게 한 포인트가 아닌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 당시에는 군은 물론 청와대까지 파공으로 인한 침수 상황으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이종헌 전 행정관이 최근 집필한 『스모킹건』이라는 천안함 비망록은 21시51분 청와대 위기상황센터상황 담당(공군 김아무개 중령)이 해작사 지휘통제실 상황장교로부터 ‘천안함이 파공되고 침몰하고 있다’는 최초 보고를 들었고, 합참 지휘통제실로부터도 ‘21시45분 서풍1 발령, 천안함 선저 파공으로 침수 중’이라는 2차 보고를 접수했다고 기록했다.

나아가 “군 최고 지휘부에 대한 최초 보고는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에게는 ‘파공으로 침몰’로, 대통령에게는 1차 ‘서해에서 초계함이 침수’, 2분 뒤 2차 보고에는 ‘천안함, 파공으로 침몰 중’이란 내용으로 각각 보고됐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는 “사고 전에 그 정도의 파공이 나 있었다면 배가 항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고와 함께 발생한 파공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경석 씨는 천안함 선저 철판이 얇아지는 등 천안함이 노후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 김경석]

그러나 블로거 김경석 씨는 “선체의 바닥 철판이 오랫동안 바닷물이 차 노후화 돼 얇아진 것 같다”며 노후화로 인한 누수나 파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별도로 전시된 가스터빈실을 천안함 함수와 함미의 뜯겨나간 위치에 함께 전시할 경우 사고 원인을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상철 대표는 “가스터빈실은 사고 발생 지점에서 가장 근접하고 충격을 받은 선체인데도 마치 하나의 부품인 것처럼 외부에 전시한 것은 전시 자체가 눈속임”이라며 “가스터빈실을 함수와 한미 사이에 함께 배치해야 충격받을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가스터빈실 바닥이 둥그렇게 휘어진 것은 파괴된 순간 충격 때문”이라며 “가스터빈실 밑판에 미친 힘의 역학관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로거 김경석 씨는 “가스터빈을 똑바로 놓고 보니 충격만 받았을 뿐 충격파가 통과하지 않았다”며 “가운데가 멀쩡한 것은 버블젯으로 볼 수 없다.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천안함 함수와 함미, 가스터빈실과 연돌, 마스터를 둘러본 신상철 대표 등은 한결같이 “폭발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 함수와 함미 뜯겨져 나간 부분은 유리벽을 둘러 보존하고 있다. 중앙 아래 빈 공간에 가스터빈실을 가져다 놓으면 보다 쉽게 사고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가스터빈실 안내판. 떨어져 나간 위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천안함 함수와 함미, 가스터빈실과 연돌, 마스터 등 전시된 천안함 잔해는 5년여의 세월이 흘러 외부 색상이나 도료상태 등이 변화된 것으로 보였다.

이종인 대표는 “가스터빈실을 2010년에 봤을 때는 방오도료가 남아있었는데 지금 사진을 보니 모두 깨끗하고, 심지어 파공된 부위의 철판도 시뻘건 녹이 보일텐데 별로 없다”며 “고압세척 같은 인위적 조치를 취한 걸로 보인다”고 진단하고 “아직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를 훼손하는 것은 범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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