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평양에서 열린 첫 번째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로부터 8년이 지나 2007년 창원에서 두 번째 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렸고,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올해 광복 70년을 맞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 1일 부산지역을 시작으로 주말마다 각 지역별 예선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양대 노총의 16강 및 8강 경기까지 마무리되면 다음 달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결승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만나야 통일이다', '이겨서 평양가자'는 구호를 앞세우고 벌어질 이날 경기에서 선발된 양대 노총의 우승팀은 계획대로라면 4월말 5월초 평양에서 열릴 북측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우승팀과 최종 결승전을 갖게 된다.

평양과 창원에서 열린 앞선 두 번의 대회에 이어 '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제3회 16년의 연혁을 아로새기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두환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을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만나 대회 준비상황을 들어봤다.

양대 노총이 원활한 대회 준비를 위해 함께 구성한 공동사무국의 책임자인 권재석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본부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지금 남북관계가 제대로 풀리진 않고 있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계기로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경색돼 있는 이 정국을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추진위원장인 최두환 통일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한국노총 조합원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권재석 본부장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축구대회가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권 본부장은 다음 주 정부·국회와의 협조 면담을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대회 성사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동 관련 일은 일상적이지만 통일축구는 역사적인 일"이라며 자신의 소임을 밝히는 권 본부장에게 최 위원장은 "전국 예선에 30팀을 운영하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대외협력본부가 무리를 무릅쓰고 진행하는 것은 한국노총이 의지를 갖고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격려했다.

두 사람은 그런 차원에서 정부의 협조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현실적인 기대를 갖기에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라는 경기가 몸으로 부딪히는 경기인만큼 땀흘리는 과정을 통해 화합하고 통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줄 수 있다"며, 낙관적 전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정부측과 만날 수 있는 기회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뿐만 아니라 100여 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염원을 가지고 추진하는 대회라는 걸 설명했다며, 한국노총이 참가하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 시민자문단 회의와 광복70년 기념사업추진위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시기가 조금 달라질 수는 있지만 8.15 전에는 반드시 성사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5.1절이 안되더라도 꼭 고집하지 않고 금년도에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권 본부장의 언급에 동의를 표시하고 "확신이 든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이끌었다.

2015년 양대 노총과 북측 직총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몇 월에 어떤 계기를 통해 실현되느냐의 문제에 앞서 올해 성사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과거 노동자통일축구대회도 곡절을 겪으면서 대회의 성격과 주제, 형식 및 일정 등이 정해졌다.

8년 전인 2017년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열린 '5.1절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었으며, 그에 앞서 16년 전인 1999년 8월 12일과 13일 평양 김일성경기장 등에서 열린 첫번째 '통일염원남북노동자축구대회'는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99통일대축전 10차 범민족대회' 개막식에 이어 벌어졌다.

현재 정해진 일정으로는 다음달 19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각각 우승팀이 나오고 이 두 팀이 나중에 평양에 올라가서 북측 직총 우승팀과 각각 경기를 하게 된다.

최 위원장은 지금부터 정부와 상의할 일도 있고 직총과도 협의해야 할 일도 있다며, 먼저 "통일부 장관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들과는 간담회를 가질 예정인데, 사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노동자통일축구대회의 의미를 고려한다면 (결승전을)평양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노총의 바램을 말한 것"이고, "장소나 규모 등의 문제는 남북 3팀이 진행할 경우 대표자 및 실무자 협의를 통해 추후에 결정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권 본부장은 "다음 주부터 6.15남측위원회를 통해서 북측 직총에 팩스를 보내서 전체적인 남측 축구경기 진행 과정과 룰 등 구체적인 대회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교류를 할 생각"이라고 일정을 소개했다.

현재 한국노총 30팀과 민주노총 90팀이 지역 예선전에 참가하고 있는데, 참가팀이 많고 지역본부의 체육행사와 맞물려서 진행되는 민주노총은 지난 1일 부산지역 예선을 시작으로 계속 주말에 지역예산을 치르고 있다.

한국노총은 보통은 가을에 집중돼 있는 체육대회와 별도로 노동자통일축구대회로만 진행되다보니 참가팀이 다소 적어서 4월 초에 지역예선 일정이 몰려있다.

지역 예선전 진행을 실무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권 본부장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과연 될까'하면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참여를 하고 있다"고 우려의 일단을 표시했지만 "실제 예선전이 벌어지고 대표자회의 일정이 잡히고 언론을 통해서 대회 진행상황이 홍보가 되면 분위기도 훨씬 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추진위원회 공동사무국은 이달 30일 대표자대회, 4월 19일 오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결승전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

4월 19일 결승전에는 서울시와 용산구청의 협조로 조합원 노동자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많이 참가해 노동자통일축구를 겸해 통일한마당 축제의 내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권 본부장은 이번 축구대회에 축구지도자 800여명으로 구성된 축구선수노조가 참가한다고 귀띔했다.

경기력으로야 최고수준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선수로는 뛰지 않고 심판, 경기 운영 등을 지원하는 역할로 참가한다고 한다.

여기서 깜짝뉴스 하나. 축구선수노조 노조원에는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회택 감독도 있다.

이회택 감독은 1990년 10월 남북통일축구대회 남측선수단 고문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길에 한국전쟁 때 헤어졌던 부친 이용진(당시 65세)씨와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이 만남은 이 감독이 198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탈리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북측 축구영웅인 박두익 감독과 만나 부친의 사진과 편지를 받아보고 생존을 확인한 뒤 이뤄진 극적인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