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성적표가 초라합니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급락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4주 연속 3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숱한 정치적 부침에도 불구하고 50%대를 줄곧 유지했기에 콘크리트 지지율이란 말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 콘크리트 지지율에 파열이 났다는 점에서 내상(內傷)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부정 평가가 60%대를 웃돌고 있다는 점입니다. ‘잘 모르겠다’는 유보층이 거의 없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2배 넘나든다는 것은 치명적인 지표이기도 합니다.

정치인으로서 박 대통령은 ‘신뢰와 원칙’ 이미지가 강했으며, 사실 이 같은 이미지로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고 나아가 대선 승리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게 들통 났다고나 할까요, 오히려 ‘불신과 무원칙의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주장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 등이 허언(虛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리 되었을까요? 자질 부족, 인사 실패, 낡은 사고, 권위주의 등 여러 가지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줄곧 제기돼온 소통 부족도 그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최근 한 신문사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부 부처 중 청와대와의 ‘소통 부재’로 인한 상실감과 자괴감이 가장 심한 곳으로 통일부가 꼽혀 놀라움과 함께 씁쓸함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 초기부터 장관의 발언이 청와대에서 뒤집히는 일이 잦더니, 2013년엔 남북실무회담 3차 회담 중 수석대표가 전격 교체되고 지난해엔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임명된 통일부 핵심 인사가 8일 만에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통일부 대변인이 대북 입장을 제때에 발표하지 못하고 사소한 내용까지 일일이 청와대의 지침을 받아야만 했다고도 합니다. 통일부가 스스로 한 일은 하나도 없고 오직 청와대의 일방적 명령만 받았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소통’은 없고 ‘지시’만 있다는 것입니다.

2013년 인수위원회 시절 박 대통령 당선자가 남북문제는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제 와 보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손수 힘쓰겠다는 게 아니라 통일부를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판명 난 것입니다. 남측 내부에서도 소통이 안 되는 판이니 남북 사이에 불통은 당연했을 것입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최근 사석에서 “솔직히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 같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무력함을 호소한 것으로 있으나마나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존재감 없는 장관.’ 오죽하면 북측이 퇴임을 앞둔 류 장관을 두고 ‘핫바지’라고 조롱했겠습니까?

이런 판에 통일부 장관이 바뀐들 별무신통이란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데 홍용표 내정자가 과거에 ‘뉴라이트 싱크넷’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니,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밝혀졌습니다. 당연히 정치적 중립성과 역사관, 특히 대북관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아무리 통일부 장관이 ‘있으나마나한 존재’이고 ‘핫바지’라고해도 이건 아닌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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