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의 현실적 접근을 위해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와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을 맞교환하는 방안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물망초 인권연구소 월례 조찬세미나에서 '남북이산가족상봉 확대와 5·24조치 해제 해법'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기다리며 계속 5·24조치를 고수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제재 효과가 더욱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에 남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약 7만 명 전원의 북한 가족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과 교환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생사·주소확인이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초보적인 실천과제이면서 동시에 서신교환, 왕래·상봉 및 방문, 재결합 및 기타 인도적 사업 추진을 위한 선결조건이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며,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상봉 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나 아직까지도 이산가족 생존자의 가족 전원에 대한 생사·주소확인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특히 상봉 이산가족 선정은 현재와 같은 '추첨' 방식이 아니라 '고령자 우선'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며, 비상설 협의기구인 기존의 남북적십자회담으로는 이산가족의 생사 전면 확인, 서신교환 정례화 및 상시 상봉을 보장하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으므로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포괄적 문제에 대해 큰틀에서 먼저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남북 상설협력 및 합의이행 기구, 가칭 '남북이산가족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정 연구위원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해야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시인하고 사과하면 남한 사회에서 대북 규탄 여론이 들끓게 되어 오히려 관개개선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며, 천안함 폭침과 무관하다는 북한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했던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도 난처해져 북·중, 북·러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결국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시인하고 사과했을 때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 정  연구위원은 5·24조치와 관련해 또 하나 한국 정부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5·24조치의 대북 압박 효과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5·24조치는 실시 직후에 남북관계에서 일정한 대북 압박 효과가 있었지만 개성공단 교역의 발전으로 남북교역의 규모가 5·24조치 이전보다 오히려 더 커져서 북측에 큰 고통이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5·24조치를 계기로 북중 무역규모가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해 남북교역의 일시적 축소를 상쇄해 갈수록 그 효과가 더 적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5·24조치와 관련해 또 하나 한국 정부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5·24조치의 대북 압박 효과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해 5월 경실련 통일협회가 5·24조치 4주년을 맞이해 북한 및 통일 분야 전문가 11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24조치는 해제 또는 완화돼야 하나'라는 질문에 91%에 달하는 103명이 '그렇다'고 응답하고 그 이유로는 △남북경협 확대 및 발전(62%) △남북관계 긴장완화(25%) △실질적 제재 효과 미비(3%) 등을 꼽았다.

'5·24조치를 해제·완화해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52%는 '남한의 피해가 북한의 피해보다 크다'고 판단했으며,현 정부의 대북 조치 완화 또는 해제 방법과 관련해서는 절반 이상인 56%가 '남한이 먼저 전면적 5·24조치 해제를 통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또 '남한이 먼저 부분적 5·24조치 완화로 북한의 사과를 유도해야 한다'(30%)는 의견과 '북한에 사과를 유도한 뒤 5·24조치를 해제 또는 완화해야 한다'(12%)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정 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북한이 한·미의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남한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남북한이 각기 상대방이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에 계속 집착한다면 남북관계는 분단 100년이 지나도 의미 있는 발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관계의 발전과 통일은 남북한이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주의적인 태도로 공존과 공영, 협력의 확대를 모색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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