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퍼트 미 대사가 27일 오후 정동 대사관저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만났다. [사진-공동취재단]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 우리(한.미)는 어떠한 공식 협상도 한 적 없으며, 어떠한 결정도 내린 적 없다. 사드는 전혀 현안이 아니다."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가 27일 오후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지난해 10월 부임 이후 처음으로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어떤 군사적 능력을 한국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한미 간에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데 사드 문제는 그런 단계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다만 "사드 자체는 매우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전략 허브(Hub)인 괌에 배치했다며 "미국 인력과 자산에 대한 탄도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데서 매우 효과적인 전구방어시스템"이라고 했다.

중국이 한국 측에 지속적으로 참여를 요청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서는 "한국의 결정에 달렸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은행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다른 다국적개발은행들처럼 환경, 투명성 등에서 높은 기준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종전 70주년 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과, 반성' 등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내용을 빼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미국은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지지한다고 계속 밝혀왔으며, 그 담화들이 해당 문제를 지지하는 중요한 성명이라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 그는 지난해 4월 방한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 시기 이들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는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언급한 점을 상기시켰다. 미국이 이 사안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할 생각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대신 국장급 협의 등 한.일 간의 노력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대화와 비핵화의 관계'에 대해 묻자, 그는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대화의 속도와 범위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면서 '빛 샐 틈이 없는 공조'를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저촉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석 권한이 없다고 피해갔다.

'쿠바와 북한의 차이점'에 대해, 리퍼트 대사는 쿠바에는 진지한 협상 상대가 있었으나 북한에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CVID)로 이끄는 진정하고 믿을 수 있는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항상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북한 붕괴'를 언급했는데, 미국의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해달라'는 지적에는 비핵화가 우선 목표이며, 민주적 선거와 인권 존중, 자유시장경제에 기초한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후 1시15분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리퍼트 대사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국무부나 백악관에 문의할 것을 요청하는 등 시종 조심스런 태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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