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황병서의 아버지로 알려진 비전향장기수 황필구의 묘소가 전라북도 고창에서 확인됐다. 정확한 친자확인은 되지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황병서의 아버지로 알려진 인물인 황필구의 묘소가 전라북도 고창에서 확인됐으나 정확한 친자확인은 되지 않았다.

황필구는 지난 1959년 남파공작원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던 중 1985년 대전교도소에서 전향공작인 강제급식을 거부하다 자결한 비전향 장기수. 황필구의 시신은 사후 누이동생 등에 의해 전라북도 고창군 성내면 조동리 조동의 평해 황씨 집성촌 선산으로 옮겨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평해 황씨 종가에서 '炳(병)'자를 항렬자로 쓰는 16대손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 이 소문은 현재 조동 일대에도 널리 알려졌지만 황병서 총정치국장과의 관계는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이 마을에 살고 있는 황필구의 사촌동생(황병서의 당숙으로 추정)인 황OO씨는 지난해 11월말 기자와 함께 인근 묘역을 찾아 헤매다가 "(황씨 집안 사람들과 황병서의) 눈매가 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코웃음을 치며 "소문은 무성한데 나는 믿지 못하겠다"고 입을 닫았다.

평해 황씨 집성촌에서 꽤 떨어진 메기 양식장 산죽밭 가운데 친형인 황한구(漢九)와 함께 나란히 누워있는 황필구의 묘비 앞면에는 '平海黃公滭九之墓(평해황공필구지묘)', 뒷면에는 '1985년 12월 5일 졸' '子(자) 炳舜(병순)'이라고 쓰여있다.

또 상석 옆면에는 '子(자) 炳舜(병순), 女(여) 희숙'이라고만 기록이 남아있을 뿐 '병서'라는 이름은 남아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막내 2남이 병서라고 추정하고 있다. 

▲ 황필구의 묘소 상석 옆면에는 아들 병순과 딸 희숙의 이름만 새겨져 있었다. [사진-조천현]

한편, 지난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발행한 제9차 보고서(발간등록번호 11-1680000-000001-09)에 따르면, 황필구는 1916년 4월 13일 생으로 전쟁 후 공작원으로 파견돼 활동하던 중 1959년 체포됐으며, 국가보안법상 간첩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30년 이상 복역하다가 71살이던 1985년 12월 5일 대전교도소에서 환기통에 목을 매 자결했다.

또 황필구와 수감생활을 같이 했던 비전향 장기수들과 친지들의 기억 및 증언을 종합하면, 황필구는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지만 일찍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이사했으며,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다가 해방과 함께 강원도 원산으로 귀국해 농업성에서 일하면서 세포농장 지배인으로 근무했다.

1967년 대전교도소 5사하 10방에서 황필구와 한방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비전향장기수 양희철(81) 양지탕제원 대표는 “황 선생은 정읍농고를 나와 해방 전부터 북쪽 농업성에서 일하다 세포농장 지배인을 맡았고, 전쟁 끝나고 남쪽으로 내려온 걸로 안다”며 “68년 프에블로호 사건과 청와대 습격사건 등으로 나는 전주교도소로 이감돼 그 이후에는 보지 못했고, 황 선생은 85년 대전교도소에서 단식투쟁 중 강제급식을 거부해 자결했다고 소식만 들었다”고 말했다.

▲ 황필구 선생과 한 감방에서 지낸 비전향장기수 양희철 양지탕제원 대표가 황필구 선생 소식을 듣고 자작시를 지었다며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양희철 대표는 “황 선생은 농업학교 때 축구선수도 하고 체격도 좋고 건강한 인텔리였지만 감옥 안에서는 건강하지 못했고, 신념은 아주 굳으셨다”고 회고하고 “본적은 정읍으로 아는데 시신은 고창에 사는 조카되는 사람이 인수했다고 들었다”고 확인했다.

1949년생으로 알려진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황필구의 아들이기 위해서는 그가 원산에서 세포농장 지배인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진 33살에 낳은 자식이어야 하는데, 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진실화해위 기록에는 황필구가 1985년 12월 3일 "본인 거실에 임방교회를 실시한 바 무척 고마워하였으며 자신은 북에 직계가족이 있고 또한 고령이므로 전향할 생각이 없다고 말함"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황필구는 이 말을 남기고 이틀 후인 5일 자결했다.

황필구가 북쪽에 직계가족을 남기고 내려왔으며, 전북 고창의 친척들은 이 사실을 그가 남파된 후 체포되기 전까지 확인할 수는 있었을 텐데, 아직은 기억만 있을 뿐 기록이 없다.

북한 권력층 내부 동향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부친은 공식적으로 '황재길'로 알려져 있어 황필구-황병서 부자설은 사실무근일 가능성도 높다.

(추가, 오후 5:09)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