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미 대통령이 17일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선언했다. [백악관 동영상 캡쳐]

미국과 쿠바가 외교관계 단절 53년 만에 국교정상화에 나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쿠바 정책 변경 성명'을 통해 "오늘 미국은 쿠바 국민들과의 관계를 바꾼다"고 선언했다. "50년 이상 지속됐음에도 미국의 국익을 증진시키는 데 실패한 낡은 접근법을 바꾸고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정상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그동안 쿠바의 고립을 목표로 한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쿠바 정부가 자국민들을 억압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 주도의 '쿠바 혁명'에 맞서, 미국이 1961년 단교 이후 실시해온 '봉쇄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쿠바와의 수교협상을 개시하라고 지시했다. 쿠바에 대한 무역 금지조치 해제를 위해 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별도 자료를 통해 "향후 수개월 내에 쿠바 수도 하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쿠바와 이민, 마약대책, 환경보호, 인신매매를 비롯한 미국 국익 증진과 관련된 상호 관심사에서 협력하게 될 것이다."

또 인적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여행 및 송금, 쿠바 시민사회 지원, 쿠바 안팎으로의 정보 흐름 자유화 등의 규정들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인들이 보다 쉽게 쿠바 시민사회 성장을 지원하게 하고 쿠바 사업가와 소규모 자영농에 대한 사업 연수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가족방문과 언론 취재 등 12개 범주의 비자 승인을 발표했다.

쿠바 내 초기단계에 있는 민영 부문을 촉진하기 위한 특정 상품 및 서비스 수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쿠바를 여행하는 미국인들의 상품 구입 한도를 400달러로 확대했다. 쿠바인들의 인터넷 접근을 증진하는 구상도 내놓았다.

케리 국무장관은 별도 성명을 통해 "60년 만에 쿠바를 방문하는 첫 국무장관이 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로베르타 제이콥슨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가 내년 1월 아바나를 방문해 '미국-쿠바 이민대화'에 착수할 예정이다.

수교선언 이후 첫 조치로 미국은 16년간 억류해온 쿠바 정보요원 3명을 석방했다. 쿠바도 5년간 억류해온 미국인 앨런 그로스를 석방했다. 이들 석방협상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교황청이 공개했다. 쿠바는 카톨릭 신자가 다수인 나라다.

1기 행정부 출범 때, 오바마 대통령이 공언했던 이란, 쿠바, 북한 등과의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가 이제야 현실화되고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서방 6개국(P5+1)과 이란과의 핵협상도 17일(현지시각) 제네바에서 재개됐다.

(추가,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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