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저물고 있다. 내년이면 분단 70년이다. 일제 수난기의 무려 두 배. 이 장구한 세월을 남북갈등으로 허송하고 있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날, 사회 각계 인사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분단 70년 오기 전에 남북관계 풀어라! 삐라 대신 대화를! 인권공세 대신 인도적 지원을! 5.24조치 대신 남북경협 금강산관광을! 통일대박론 대신 6.15 10.4선언 실천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2월 1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12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통일뉴스> 기획위원인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매일 12시, 1인 시위에 임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을 만나 미니 인터뷰도 진행한다. 17일은 그 둘째 날로서 문대골 원로목사, 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 상임고문이다. / 편집자 주



▲ 남북관계 개선 촉구 릴레이 1인시위 이틀째인 17일, 문대골 목사가 광화문 네거리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 정성희 소장 : 방금 목사님이 1인시위 할 장소에서 탈북반북단체 사람들이 신은미 ‘종북’콘서트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자기들도 콘서트를 한다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 문대골 목사 : 긴 말 하고 싶지 않고... 정말 비극이지요. 재앙입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 건지 우리 서로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북한을 천국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픈 부분이 있지요. 그런데 그 상처를 어떻게 치료할 건데요? 체제를 인정하면서 치료해야 합니다. 재미동포 신은미가 북을 찬양한 것도 아니고 북의 상황을 우리에게 알려준 것입니다. 거기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임을 전한 거예요. 그래야 남북관계가 풀리는데 도움이 될 게 아닙니까. 저는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종북 콘서트’ 운운하고 있으니 정말 남북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 정성희 소장 :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애기봉 등탑 설치나 대북 삐라 같은 것이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합니다만.

■ 문대골 목사 : 민족화해 보다 더 큰 복음이 어디 있다고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한심한 일입니다. 대통령이 나서 애기봉 철탑 해체를 야단치고. 그래 가지고 (한바도) 신뢰프로세스의 효과가 있겠어요?

빠라문제는 이번에 개성을 다녀온 박지원 의원도 2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지 못한 이유로 지목한다고 전했지요. 비방을 담은 삐라를 날리는 이런 짓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지요. 회담하자면서 이러면 되겠어요?

□ 정성희 소장 : 박근혜정부가 미국 주도의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문대골 목사 : 인권은 보편적 가치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체제에서도 있는 힘을 다해 개선해야지요. 천부인권이니까요. 문제는 인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오용하고 남용하는 데 있어요. 인권을 신장시키는 언행이나 실천이 아니고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인권정치공세를 계속 하면 북쪽에서는 체제를 강화시키겠지요. 오히려 인권 신장이 더 어려워지고 힘들어집니다.

저는 옷을 벗긴다는 의미가 있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이란 말도 크게 수용하지 않습니다만, 감싸주고 껴안아주는 민주적 제도를 제대로 확립할 때 북한 인권도 개선할 수 있어요. 현재 남쪽의 이런 체제로는 북한 인권을 말할 자격도 없습니다. 대북 인권공세는 북 인권을 더 악화시킵니다.

▲ 문대골 목사는 "민족화해가 가장 큰 복음"이라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 정성희 소장 : 5.24조치로 개성공단 이외 남북경협이 차단되고 있습니다. 남북경협 기업인들의 손해만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출로가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 문대골 목사 : 성장신화가 무너지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공존과 분배가 아니면 성장도 어렵습니다. 한국경제가 사는 길은 첫째 남북문제를 풀고 둘째 민주제도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기업인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남북문제와 민주제도가 풀리지 않으면 우리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입니다.

□ 정성희 소장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통일대박을 주창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문대골 목사 :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이유는 경제민주화와 통일 공약 아닙니까? 그런데 얼마 안가서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을 폐기하고 2년이 지나도록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요. 이로 볼 때 어떤 신념이나 철학이 아니라 당선을 겨냥한 헛공약이었던 같아요. 국민을 농단한 겁니다.

박근혜의 통일대박은 북을 정복하거나 흡수하겠다는 발상에 기초해 있는 것 같아요. 북한 붕괴되지 않습니다. 헛꿈을 꾸지 말아야 합니다. 1994년 당시에도 얼마나 북한 붕괴된다고 떠들었습니까? 몇년 못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남이든 북이든 어느 쪽도 흡수하면 안되고 흡수할 수도 없습니다. 정말 머리를 맞대고 같이 울고 웃으며, “나뉘어진 것이 죄였다, 죄를 벗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화해로 통일로 가야 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