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당국자가 북한의 행동에 따라 5.24 대북제재 조치가 해제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과 의도, 맥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미국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당국자가 북한의 행동에 따라 5.24 대북제재 조치가 해제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과 의도, 맥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12일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가 5.24 제재 조치의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고 남북관계에 이은 북.미관계 개선 수순을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 당국자는 11일 5.24 조치를 해제해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크게 저촉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면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서는 현재 정상회담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만약 남북 간에 대화 테이블이 열리면 장관급에서 남북관계 현안을 모두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이 고위당국자가 남북관계가 열리면 그 공간에서 북한을 설득할 기반이 만들어지고 북한이 변화하면 미-북 관계가 달라지면서 선순환 될 수 있는 연쇄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 미국의 입장을 바꾸라고 얘기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사에서 방송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1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으며, 통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헌법에 나와있는 것처럼 평화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지난 8일부터 미국을 방문중인 류 장관은 이 자리에서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통일준비위원회 3차 회의에서 통일은 남북이 같이 가는 것이라고 표현한 대목을 거론하며, 북한정권의 가변성이 존재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상정하고 있고 추진하려는 것은 평화통일이라고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류 장관은 워싱턴에서 미국 조야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북 압박차원의 한.미공조를 보완해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류 장관은 10일 오전(이하 현지시각) '2014 한반도국제포럼'(KGF) 기조연설(전문은 아래 박스 참조)을 통해 "북한이 도발과 고립 대신, 대화와 협력을 선택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하며, "또한 북한 당국이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가져올 성과를 체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류 장관은 "이는 또한 북한주민의 인권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길이기도 할 것"이라며, "이런 방향에서 한미 양국간에 역할분담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남북간 대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같은 일련의 발언은 지난 5일 제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산가족 문제와 5.24 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의 현안들을 북측과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언급한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특히 기자간담회 당시 5.24조치 해제와 관련한 국제문제를 검토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전반적으로 5.24를 풀어도 국제제재와 크게...(충돌하지 않는다). 만약 5.24를 풀어서 (남북)경협과 우리 기업인들이 옛날처럼, 또는 북한에 농수산물 반출을 많이들 하고, 그런 단순 교역을 하는 것은 대북제재, 국제사회가 하고 있는 북핵실험으로 인해 하는 것에 적용 안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5.24 해제해도 충돌 안돼서 큰 문제 없을 것이다 라는 것이 그때 검토한 우리 결과다"라고 말한 대목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 5.24 조치를 선제적으로 풀 수 있다는 복안을 가지고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관계 현안을 북측과 대화로 풀려는 일련의 논의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편, 류 장관은 11일 오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대행과 면담하고 12일에는 LA 지역 전문가들과 북한 정세 및 대북 정책에 대한 의견교환을 한 후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2014 한반도국제포럼 기조연설(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부 장관입니다.

존 햄리 원장님, 빅터 차 한국부 석좌교수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워싱턴에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에게 워싱턴은 소중한 추억이 있는 친근한 장소입니다.

한 명의 북한 연구자로서 젊은 시절
National Archive에서 한국전쟁 노획문서 속에 숨겨진
한반도 역사의 편린을 찾기 위해 수개월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에도 두 차례 워싱턴에서 머무르며
한반도 전문가, 연구자들과 폭넓게 교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도, 옛 친구들의 반가운 얼굴이 보입니다.

이렇게 인연이 깊은 워싱턴에서
한반도 국제포럼을 열고,
한반도 통일 준비와 한미협력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합니다.

한반도 국제 포럼은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통일부가 2010년부터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각국의 당국자와 많은 전문가들이
포럼에서 귀중한 충고와 제안을 주셨습니다.

오늘 포럼 역시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전략적 소통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

본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관계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분단과 전쟁,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때때로 대화와 교류협력을 경험하였습니다.

갈등이 협력으로, 충돌이 대화로 바뀌는
일시적인 국면의 변화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시간이 걸리고 북한의 반발이 있더라도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 협력의 예측가능성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간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구했던 것입니다.
2년여가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비판적 견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갖고 있는 두 가지 특수성에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남북관계의 적대 구조입니다.

북한은 체제를 지속하기 위해
적대적인 남한의 존재를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적대적 대결구조가 분단 70여 년 동안 축적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상황입니다.

정권 이행기에는
새로운 리더십의 정통성 창출을 위한 대내외 정책이 필요합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은 한미에게 과감하게 손을 내밀었다가
곧 이어 약속을 깨고, 도발로 돌아서는 행보를 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10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이 보여준 태도입니다.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방남하여
저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합의 이전부터 있었던 우리 민간단체의 전단 문제를 이유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북한은 북한 체제의 지속을 위해
그리고 당면한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
대화와 도발을 오가는 모순된 행보를 계속할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여전히 그 필요성이 있고 유효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못된 관행을 하나씩 바로잡고
남북관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장기적 안목 하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본연의 취지를 잊지 않고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내년은 한반도 분단 70년입니다.
한 세대가 더 지나면 분단 100년입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면
한반도 통일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연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하신 것은
한국 사회 내에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촉발하려는데
1차적인 취지가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 통일은 절박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을 전환하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 국민들이 한반도 통일의 주체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는 고민 끝에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정부와 민간 사회가
함께 통일을 논의하고,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다방면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통일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은 당사자인
우리 민족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지지하고 협력할 때
비로소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통일의 편익도
비단 남한과 북한, 한반도에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를 포함하여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시켜
동북아는 물론 세계경제의 신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대한민국은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감탄하는
성공의 역사를 써오는 동안
미국은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였습니다.

특히, 한미동맹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확고한 안보를 보장해 줌으로써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의 토대가 되어 왔습니다.

한미동맹은 지금 최상의 상태입니다.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Global Partnership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참석자 여러분,

저는 한미가 이처럼 강력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북한 문제에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민족 문제이자,
동북아 각국 그리고 미국의 국익과도 직결된 국제문제입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인권 상황 개선은
한미 양국의 국익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그러나 북한과 대화에 나섰다가
북한의 약속 위반으로 합의가 깨졌던 배반의 경험들이
한미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핵과 인권을 비롯한 모든 북한 문제는
북한 체제의 생존이라는 구조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해결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미가 실패에 꺾이지 않고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 끈기 있게 시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한미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더 많은 국가들이 한미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한미의 노력에 동참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한미가 전략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협력의 틀이 공고해 진다면
북한의 이해구조를 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한미의 역할분담 방향과 관련하여 부연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한미는 압박 차원에서 공조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와 협력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관여 차원의 공조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도발과 고립 대신, 대화와 협력을 선택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또한 북한 당국이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가져올
성과를 체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또한 북한주민의 인권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방향에서 한미 양국간에 역할분담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박근혜 정부는 남과 북의 주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한반도 통일을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행복한 통일을 준비하는 세 바퀴」라고 말합니다.

세 바퀴 중에 남북관계 개선의 바퀴와
한국 내부의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는 바퀴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통일준비에 동참하고
한국과 협력하는 바퀴가 매우 중요합니다.

독일이 우리보다 앞서 통일의 꿈을 이룬 것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한반도 통일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면
한반도 통일, 동아시아의 평화, 세계의 공동 번영이라는
한미 양국의 꿈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의 회의를 통해 한미가 남북관계의 발전,
나아가 한반도 통일로 가는 업그레이드된 대북공조의 틀을 고민하는 대화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통일부장관 류 길 재
2014.12.10. 10:00, CSIS 컨퍼런스 룸

<자료제공 -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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