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의 저자 신은미 씨가 지난 11월말부터 한국에서 하고 있는 ‘토크콘서트’ 통일강연이 일부 언론에 의해 ‘종북’이라 매도당하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지켜보는 마음이 너무도 착잡합니다.

Action for One Korea(AOK)는 이념을 초월해 우리 시대에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시대를 이루겠다는 풀뿌리 시민들의 순수한 열망을 결집해 나가고 있는 시민운동입니다. AOK가 신은미 씨 강연을 주최했던 이유는 신은미 씨의 책이 지금까지 어느 해외동포의 방북기보다도 북한 인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인간적으로 느끼게 해주었고, 따라서 남북의 화해와 소통에 도움이 될 것 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먼저 신은미 씨는 ‘여행자’의 입장으로 북을 체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가 인지해야 합니다. 여행자로서 당연히 북의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사실 학자나 언론인이 아닌 이상, 북에 대해 객관적으로 긍정, 부정적인 면을 모두 함께 말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청중이 스스로 균형감각을 가지고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북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다 보니, 판단의 기준을 국민들이 가지기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신은미 씨의 강연 내용에 일부 탈북주민들이 강렬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이런 가정을 해봅니다.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여행 와서 화려한 시가지와 발전한 경제, 대중가요나 드라마, 시민들의 밝고 역동적인 모습 등을 보고 그것을 글로 쓰고 강연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 편에서는 대책없이 직장에서 해고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금융위기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과 같이 한국에서 생계가 막막하여 스스로 조국을 떠난 사람의 입장을 대비시켜 본다면 어떻겠습니까. 스스로 한국을 떠난 사람은 당연히 “대한민국은 이러 이러하게 비참한 나라다”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누가 본 대한민국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모습이겠습니까. 당연히 대한민국은 밝고 화려한 면도 있을 것이고 어둡고 비참한 면도 있겠지요. 북한이라는 사회도 밝고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고 어둡고 비참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체험한 시각을 말했다고 해서 그것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하고, 일방적으로 북을 ‘추종’하는 것으로 매도된다면,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어야하는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이 무시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영국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세기’라고 표현했습니다. 한반도는 아직도 극단의 세기 20세기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내 생각과 다르면 ‘타도해야 할 적’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이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8~29일 통일부 주최로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에서 국내외 저명한 북한 전문가들의 결론을 우리는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7명의 학자들이 토론에서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북한은 붕괴하지 않는다”, 또한 “북한의 붕괴가 남북의 평화 통일에 관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좋든 싫든, 북한을 통일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면, 북에 대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에 대한 긍정적 체험 증언을 ‘종북’이라 몰아가고, 이와는 극단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탈북인의 증언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북에 대해 온전히 알 권리를 가지고 있는 국민으로서 북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국내외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내년 2015년은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됩니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조상들이 목숨바쳐 독립운동을 하면서 되찾고자 한 나라는 분명 온전한 한반도였지, 남북으로 갈라진 반쪽 나라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통일 조국을 물려줄 것인지, 아니면 지구상 최후의 분단국으로서 여러 계층이 서로 증오하고 혐오하면서 극단의 정치를 대물림 할 것인지, 우리는 중대한 역사의 분기점에 서있습니다.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매도하고 타도하는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고 맙니다. 이 극단의 정치를 끝내야만 우리는 현재의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통일 코리아라는 큰 비전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한국 사회가 편가르기 이념 논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세계가 지지하는 미래지향적 통일 비전을 세우는 일, 그리고 나무 심고 숲을 가꾸듯 그 비전을 가꾸는 일에 국민들의 에너지를 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LA 그린피스산 정상에서. [사진 - 정연진]
먼저, 대한민국 국민들께 호소합니다. 이제는 친북, 반북 편가르기 식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이념 잣대를 과감히 떨쳐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친북, 종북’이라는 잣대로 끊임없는 증오의 악순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우리 겨레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았으면 합니다.

통일 시대를 지향하는 국민으로서 우리는 북에 대해 온전하게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견지해 나가면서, 북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관점을 함께 수용해서 국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성숙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갑시다.

둘째, 대한민국 언론에 호소합니다. 특정인을 향한 마녀사냥식 ‘종북몰이’ 언론보도는 즉시 중단되어야합니다. 그러한 언론보도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마비시킬 뿐 아니라, 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건전한 토론마저 위축시켜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일을 더욱 더디고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통일에 대해 올초부터 전향적인 준비를 해오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과도 배치됩니다.

셋째, 대한민국 정부에 호소합니다. 현재의 극단적인 ‘종북몰이’가 가능한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고 민간 교류가 허락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 사회 정보에 대한 왜곡 현상은 민간교류가 다시 재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북한 사회의 본 모습을 보고 체험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민간교류가 다시 활성화 될 수 있도록 5.24 조치를 해제해 주십사 대한민국 정부에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우리는 해외동포들이 남과 북의 화해와 소통을 돕는 연결자 역할을 하면서 겨레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통일 시대의 비전을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현재와 같이 남한 주민들이 북에 갈 수 없는 상태에서는 해외동포들이 그러한 역할을 마땅히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과도한 ‘종북’몰이가 위세를 떨치는 현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속히 벗어나, 남.북.해외 우리 모두에게 열려진 통일시대의 더 큰 미래의 비전을 실현해 나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세계인이 축복하는 평화 한반도, 통일 코리아를 우리 생애 내에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수정,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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