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두 몸
- 옥따비오 빠스

마주보는 두 몸은
때로는 두 개의 파도다
그리고 밤은 대양.

마주보는 두 몸은
때로는 두 개의 돌멩이다
그리고 밤은 사막.

마주보는 두 몸은
때로는 뿌리다
어둠 속에 서로 얽혀 있는.

마주보는 두 몸은
때로는 날이 선 칼이다
그리고 밤은 번개.

마주보는 두 몸은
두 개의 별똥별
빈 하늘에 떨어지고 있다


한 중년 여인이 말했다.
"오르가즘을 느낄 때 이 순간이 '도(道)의 순간'이 아닌가하고 생각했어요."

그렇다. 바로 득도(得道)의 순간이다. 오르가즘에 이를 때 '나'는 사라진다. 나와 세상이 하나가 된다. 황홀경에 이르게 된다.

도에 이르려면 수년 혹은 수십 년을 도를 닦아야 하지만 섹스를 통한 득도는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도에 이르는 섹스는 순수한 10대에 해야 한다. 20대가 되면 이미 사랑을 할 때 손익계산을 하기에 섹스가 도에 이르기 힘들다.

따라서 나는 우리 사회기 '10대의 사랑과 섹스'를 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위대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 10대다. 이몽룡과 성춘향, 로미오와 줄리엣, 베아트리체...... .

춘향전을 보면 '남녀상열지사'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 안에 얼마나 싱그러운 남녀의 사랑과 성이 있는가!
나는 춘향전이 '사랑과 성의 교과서'로 읽혀졌으면 싶다.

우리는 10대 때의 첫사랑을 눈부시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첫사랑은 미완의 풋사랑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랑을 관념적으로 파악한다.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는 '득도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랑은 '순수한 천상의 사랑'과 '말초적 쾌락의 사랑' 두 개다. 이 두 개의 사랑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10대 때 이 두 개의 사랑이 하나가 되는 '득도의 순간'을 체험했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풍요로울 것이다.

누구나 쉽게 도에 이를 수 있는 '사랑과 성'이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가?

10대 때 '사랑의 위대함'을 체험해 보지 못한 우리의 한평생은 얼마나 초라할 것인가?

요즘 빈번히 터져 나오는 '사회 고위층 성추행 사건들'이 비단 그들만의 어둠이겠는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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