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 전 통일연구원 원장

 

남과 북이 한반도 평화를 바라고 있는데 평화는 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 등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에 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지난 61년간 남과 북이 불안한 정전체제를 유지하면서 안보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양측이 소비한 엄청난 군비로 전쟁 억지력을 강화해 왔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면전쟁을 방지 할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 할 것인가 심히 답답하고 안타깝다. 하루빨리 남과 북이 타협과 양보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남북한/국제적 협력차원에서 투트랙 접근을 통해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포괄적인 방안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과정에서 남과 북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함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남과 북이 오늘이라도 남북간에 합의한 합의서와 공약을 성실히 준수하겠다는 의지와 결단만 있다면 남북간 평화를 위한 합의사항만 잘 이행하고 실천하면 한반도 평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국제적 협력차원에서 평화체제구축을 위해 당사자인 미.중.남북한이 정전협정을 전환하는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할 것을 주창해 왔다. 한반도에서는 불안한 정전체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재에도 전쟁상태이다.

필자는 한반도 평화체제구축(peace-regime building)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먼저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남과 북이 1953년 7월27일 체결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4자간의 평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종식하고, 평화조약 당사국인 남, 북, 미국과 중국 간 다자간 평화조약을 체결한 후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UN Security Council)가 국제법적•제도적 그리고 실질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면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영구적인 평화가 구축된 상태를 의미한다.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구축문제는 중견국가인 대한민국(ROK)이 주체가 되어 주도권을 잡고 자주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필요로 한다. 강대국 특히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되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서는 더욱 안 된다. 한반도 정전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한국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였더라면 한반도 평화체제가 오래 전에 구축되었을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남북간에는 지속적인 평화구축을 위한 합의 사항들이 이미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제2장 불가침(9조- 14조)에 명시되어있고, 2007년 10월4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에 따라 2007년 11월 개최된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남북한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군사적으로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향후 남과 북이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재가동이 필요하고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남북 정상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수정. 보완과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 차원에서 지난6년간 고사(枯死)상태에 빠진 6자 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여6자(미.중.일.러.남북한)회담에서 9.19 합의(2005)와 2.13 합의(2007) 따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동시에 4자(미.중.남북)간의 한반도 평화포럼을 개최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서해 북방 한계선(NLL) 문제로서,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해결을 추진하는 것이 서해상에서 군사적 충돌방지가 급선무이다.

한국정부는 외교적으로 대미, 대중 균형외교를 구사하면서 미국과는 한미동맹을 공고화하고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의 관계 균형외교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 직하다. 한반도 문제 해결(남북관계의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평화통일 기반조성)을 위해 국제적 협력차원에서 미.중간의 공조체제가 전제조건임을 숙지하고 미.중간의 협력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지난친 기대는 금물이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한다는 증거가 없는 한, 한국정부는 북.중 관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중 균형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동북아 지정학적 안보환경 변화가 바람직하다. 북.일간 그리고 북.미간 국교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북미, 북일 외교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교차승인을 완료하도록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될 때 북한은 정상국가로 변모될 것이고 핵을 스스로 포기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포함한 추가도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고 향후 유엔안보리의 강화된 대북제재에도 참여할 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대북강압정책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없다고 믿고 있고 북한에게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적대적 안보환경 개선의 동시병행 추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6자 회담이 재개되면 단기적으로 핵 동결과 핵 비확산을 위해 6자 회담 프로세스의 복원이 시급하다. 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한.중 간 공조체제는 미국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정부는 미국을 설득하고 보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한반도 및 동북아 비핵지대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젠 실질적인 핵 보유국이다. 북한체제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한 북한지도층은 핵 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을 강압적으로 핵 포기 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정부는 북한에게 안보적-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대북 정책을 다시 짜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국내외 유리한 안보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북한은 ‘선 안보불안감 해소, 후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대안이 될 것이다. 북한이 생존전략으로 포위공격의 강박관념(Siege mentality)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라고 있다. 과거에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구축 주장에서 벗어나 6자 회담 틀 속에서 먼저 한반도평화회담(포럼)을 개최하여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다자간 한반도 평화조약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 논의도 함께 추진함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반드시 원 코리아(One Korea)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가 구축되어야 함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남과 북이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61년간 지속되어온 불안한 정전체제를 유엔이 보장하는 다자간 평화조약으로 체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되고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한반도에서 이런 영속성 있는 평화가 찾아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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