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났습니다. 이날 만남은 이 여사가 지난 26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5주기를 맞아 처음으로 추모화환을 보낸 데 대해 박 대통령이 답례 차원에서 초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두고 호사가들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만남’, ‘영남과 호남의 화해의 만남’,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간 화해의 재연’,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두 여성의 만남’ 등으로 묘사하는데, 사실 이날 만남의 화두는 그보다는 ‘통일문제’였습니다. 이는 두 사람의 만남 이후 청와대가 “통일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전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날 박 대통령도 말했듯이, 이 여사는 통일에 대해 관심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마침 이 자리에서 이 여사는 “북한을 한 번 갔다 왔으면 좋겠는데 대통령께서 허락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아이들 걱정하면서 털모자도 직접 짜시고, 목도리도 짜시고 준비한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이 여사가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겨울 같이 추울 때 모자와 목도리 겸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짰다”면서 이같이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언제 한번 여사님 편하실 때 기회를 보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 여사의 방북건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살아생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좋은 계절에 오시라”고 방북을 초청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서거할 때까지 한 번도 방북하질 못 했으며, 그나마 이 여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조문차 방북한 바 있습니다. 조문길이 방북길이 된 것이라 아쉬움이 컸을 것입니다.

마침 지난 8월 북한이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화환을 전달했을 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이 여사 방북) 초청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 여사 방북 초청건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0월 4일 북측 실세 3인의 방남을 계기로 활기를 띤 남북관계가 남측 보수단체 등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급작스레 교착상태로 빠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 고위급 접촉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럴 때 이 여사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92세 고령의 이 여사에게도 역할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희호 여사의 통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전날 밤 손수 쓴 휘호를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는 대목에서 더 빛납니다. 그 휘호는 ‘平和統一’(평화통일)이라고 합니다. 이 여사는 남편인 김 전 대통령의 유지(遺志)를 이어받고자 한 것입니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인 셈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