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유
-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 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시골 마을의 한 편에 서 있는 고저늑한 저택. 거기에는 잠 못 드는 일가족이 있다. CCTV를 16대나 갖춰놓고 가족들은 온종일 경비를 선다. 끼니를 라면으로 빵으로 때워가며.

마을 전체 사람들이 그들의 목숨을 노린단다. 흡사 영화 ‘이끼’같다. CCTV에 찍힌 한 마을 사람. 그는 하소연한다. “산에 갔다 내려오는 길에 찍힌 오줌 누는 사진이에요. 시골길에서 잠깐 오줌 누었다고 경찰서에 들락거려야 합니까?”

이층에는 돌멩이를 가득 쌓아놓았다. ‘행주산성 전투’를 재연하고 있다. 유리창 옆에 옷들을 주렁주렁 걸어놓아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자개가 창가에서 어슬렁거리고, 원군으로 온 한 스님이 방 안에서 전체 CCTV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PD가 그들을 취재하다 그들의 과거를 캐냈다. 과거에 그들은 사람들에게서 ‘큰 상처’를 받았단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도 자라로 보는 법’이다.
그것이 아무리 ‘허상’이라고 일러줘도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는 분명이 그렇게 보이니까.

원효 대사는 노래했다. “마음이 생기면 만물의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멸하면 무덤, 해골물이 둘이 아님을 깨달았구나.”

그렇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은 ‘실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큰 상처가 만들어낸 한 생각’에 휩싸여 버린 것이다.

그럼 그들은 이제 ‘심리 치료’를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응급조치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망상’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도 풀릴까?

겉으로는 ‘철옹성’을 쌓지 않겠지만 그 철옹성은 마음 깊숙이 숨어 들어갈 것이다. 그럼 그들만 마음 깊숙이 철옹성을 쌓고 살까?

우리 모두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들과 그들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우리는 ‘좀 더 교활할 뿐’이지 않는가?
남에게 자신에게 마음을 잘 속이는 ‘정상인’이 아닌가?

그렇게 ‘정상인’으로 사는 우리들. 진정으로 행복한가? 항상 알 수 없는 우울과 권태에 시달리지 않는가?
그들의 삶과 도대체 무슨 차이가 나는가?

‘전쟁이 되어버린 우리의 삶’은 우리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일하며 사는 삶’의 처절한 보복일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만인을 위해 일하고, 만인을 위해 싸우고, 만인을 위해 몸부림칠 때 우리는 자유’가 된다.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자유’일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소소한 일들도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알고 싶다 - 사자개 저택의 비밀’은 ‘제 잇속만 차리는 우리들 삶의 실상’을 처절하게 보여주었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