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주최 학술회의가 열렸다. 중앙 탁자 정세현 원장,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문정인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연미친중결일승러(聯美親中結日乘露)'의 기반 위에 협력과 통합의 동북아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28일 오후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원장 정세현)이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일본의 도전이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동북아 전략적 지형이 과거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지는"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에 대해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어느 일방에 다걸기', '양다리', '홀로서기 또는 영세중립국' 모두 한국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봤다. 모든 주변 국가들과 선린,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지역 질서를 구축하는 데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게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문 교수는 "미중관계의 악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 한중, 중일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중 대립 구도의 첨예화는 '한국 친미, 북한 친중'이라는 냉전 시대의 진영 논리를 부활시켜 한반도를 강대국 정치의 볼모로 전락케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문 교수는 "미중관계를 협력적 국면으로 유도하면서 동북아에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데 핵심 변수는 남북관계"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한미. 한중 간에 균형외교를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 미.중이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사안들에 대해 "'미니 패키지 딜'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향후 미중관계와 관련해 한국의 선택을 가장 크게 제한할 요소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무기 연기'라고 우려했다.

장칭민(張淸敏)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미관계가 각 방면에서든 또는 전략 의도 방면에서도 모두 명확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례없이 '심도 있는 협력-광범위한 경쟁'이라는 양면성에서 중미관계의 복잡성이 나오고, "중미관계를 '신형' 대국관계라고 부를 수 있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아태 지역에서의 대립 해소가 신형 대국관계의 급선무"이며 "중미 사이의 전략적 불신도 아태 지역에 집중적으로 반영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재균형전략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하지만, 중국이 목격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재균형' 또는 '동아시아 회귀' 전략 아래서 중국을 TPP 밖으로 배척하고, 아태 지역에서 동맹관계를 강화하며, 영토 분쟁에서의 입장을 바꾸고 있는 일들이다. 반대로, 미국은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인의 힘으로'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중국판 '먼로주의'로 의심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미.중 간에 전략적 불신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양국 모두는 전 민족적 이익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대국과의 관계를 처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대한 대국 사이의 모순과 충돌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대국과의 관계에서 중립정책을 유지해야 하며, 가능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자신의 손 안에 넣어야 한다."

'중미관계의 변화와 한국의 선택' 제하의 이날 행사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오후 2시부터 4시간 가량 계속됐다.

정세현 원장은 "미.중이 말은 점잖게 하고 있지만 물밑에서 상당한 경쟁과 암투가 펼쳐지고 있다"며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신세가 되어가는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그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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