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단체인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이 25일 오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5만 장을 살포할 예정이었으나, 지역 주민과 진보단체에 막혀 무산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삐라 뿌리는게 애국이냐? 간첩보다 나쁜 짓이다" - 6.25참전용사 박호규 할아버지
"포탄 날라올까봐 애들 서울로 보냈어요..불안해요"-10대 아이를 둔 엄마

경기도 파주 주민들은 보수단체의 대북전단살포에 불안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대북전단살포를 규탄하며 막아섰다.

보수단체인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대표 최우원)은 25일 오후 1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다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진보단체 회원들에게 막혀 1차 실패했다.

그리고 뒤이어 이날 오후 5시경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에 위치한 파주시 법흥리 공터에서 2차 살포를 강행하려했지만 이마저도 지역 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 '파주문화관광협회' 회원들이 직접 나와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들은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라는 내용의 전단지 5만여 장을 대형 풍선에 달아 살포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이날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은 파주시 임진각 근처에 도착했지만, 경찰병력과 '임진각상인회' 등 지역주민, 진보단체 회원들의 격렬한 저지로 버스가 진입하지 못했다.

최우원 대표 등 보수단체 회원 40여 명은 버스에 내려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시민들과 몸싸움과 언쟁을 벌였고 일부 주민들은 이들을 향해 날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이들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북전단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향해 "빨갱이", "미친 XX" 등 욕설을 퍼부었으며, 심지어 중국관광객이 탄 버스를 향해 "중공 빨갱이XX"라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 일부 진보단체 회원들이 가로챈 대북전단지가 든 박스를 보수단체 회원들이 발견, 회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앞서 일부 진보단체 회원들은 임진각 인근에 주차된 탈북자 단체 트럭에서 대북전단지가 든 박스와 풍선 등을 가로채, 전단살포를 무산시키려 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전단지와 풍선을 훼손한 혐의로 시민 1명을 연행,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과 진보단체 회원들의 저지와 경찰에 가로막히자 이들과 합류한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 강행 뜻을 밝혔다.

최우원 대표는 파주 주민들과 진보단체 회원들을 향해 '종북노비', '반역집단' 등 험악한 표현을 써가며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이 힘을 합쳐서 3대 세습 폭압살인 김정은 정권을 멸망시키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을 계기로 대북전단은 전 국민에게 불이 붙을 것이다. 휴전선 곳곳에서 대북전단 보내기 국민운동을 강력히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는 "김정은 독재의 공갈협작에 대한민국 애국보수세력을 백주대낮에 대한민국 땅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김정은 독재정권을 반대하는 5천만 애국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보라"고 말했다.

▲ 최우원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대표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임진각 앞에서 1차 살포에 실패한 이들은 오후 4시 40분경 임진각에서 약 10km 떨어진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 파주시 법흥리 공터로 이동, 2차 살포하려 했지만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의 강한 저지로 무산됐다.

이들이 버스에서 대북전단지와 풍선을 꺼내자 진보단체 회원들은 이를 저지했고, 주민들은 보수단체를 향해 "전쟁사냥꾼", "평화를 해치지 말라"면서 항의했다. 그리고 전단을 빼앗아 불을 지르기도 했다.

주민들의 저지로 이날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의 대북전단 살포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단체 관계자가 "대북전단을 다른 곳에서 보냈다"고 외치고 박수를 쳤지만, 구체적인 살포장소를 밝히지 않았고, 이들이 가져온 대북전단은 그대로 놓여 있었기 때문.

하지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혼란을 틈타 경기도 김포로 이동, 이날 오후 7시20분 경 김포시 월곶면 한 야산에서 대북전단 2만장을 살포했다고 밝혔으며, 김포 경찰서 측은 풍선 1개가 올라갔다고 확인했다.

▲ 파주 지역주민은 이날 오후 2차 살포장소에서 대북전단 박스를 가로채 불태웠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파주시 지역주민들, 대북전단 저지..경찰, 소극적 대응도 도마 위

이날 보수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데 대해 파주시 지역주민들은 이를 규탄, 강하게 저지했다.

'임진각상인회'는 '삐라 날리면 우리는 폭탄밥이야', '불안해서 못살겠다 결사반대' 등이 적힌 현수막을 임진각 주변에 내걸었다. 그리고 보수단체를 따라다니며 "파주를 괴롭히지 말라"고 항의했다.

그리고 파주지역 농민들은 트랙터 50여 대를 몰고와 오두산전망대 출입구를 봉쇄, 대북전단 살포를 막았다. '문산읍 이장단협의회'도 '주민들은 불안하다! 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 파주 '맛고을번영회'가 대북전단살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파주 '맛고을번영회', '파주문화관광협회' 등도 보수단체의 2차 대북전단 살포시도 현장에 나와, "이 곳은 주민들이 평화롭게 사는 곳이다. 외지인들이 와서 왜 이렇게 분란을 만드느냐.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대북전단을 뿌리지 말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들을 향해서도 보수단체 회원들은 "빨갱이 하수인들", "파주시민의 가면을 쓴 XX들"이라고 험악한 말을 쏟아냈다.

파주 문산읍에 거주하는 '6.25참전유공자' 박호규 할아버지는 집에서 TV를 보다가 화가 치밀어 나왔다며 "삐라 뿌리는 게 애국이냐? 국가가 대화를 한다면 지켜봐야하는 것 아니냐"며 울먹였다.

1933년생인 박 할아버지는 "나는 6.25를 겪은 사람이다. 저 삐라로 또 다시 포탄이 떨어지면 누구 좋으라고 저런 짓을 하느냐"며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진다. 자꾸 저러면 결국 전쟁 밖에 더 나겠느냐. 국민이 원하지 않는데 왜 저러냐. 저건 간첩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말했다.

▲ 파주시 곳곳에는 대북전단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은 문산읍 이장단협의회가 내건 현수만.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10대 아이를 둔 한 아주머니는 "오늘 삐라 뿌린다고 해서 너무 불안하다. 포탄 날라올까봐 애들을 서울로 보냈다"며 "나보다 애들이 중요하지 않냐. 애들이라고 살아야지... 제발 삐라 좀 안 뿌렸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날 임진각에서는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 1백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접경지역의 주민과 개성공단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고 평화와 남북간 화해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우려와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대북전단 살포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바, 전단 살포 단체는 전단 살포의 자기 주관적 효과만 내세울 게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하여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 이날 경찰 1천7백여 명이 배치됐지만, 충돌만 방지했을 뿐,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하지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한편, 이날 경찰은 14개 중대 1천7백여 명을 배치했지만, 진보.보수 단체간 충돌만 방지했을 뿐 보수단체의 대북전단살포를 막지 않았다. 심지어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최우원 대표와 함께 다니며 대북전단 살포를 상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보수단체 회원들을 태운 버스가 1차 살포장소인 임진각에서 2차 살포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경찰은 오토바이로 이들을 호위했고, 경찰 1명이 버스에 탑승, 서울까지 동행하기도 해 소극적인 대응은 물론 보수단체를 감쌌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이날 오후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살포 중지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2차 살포 장소에서 보수단체가 대북전단을 꺼내자 주민 및 진보단체 회원들이 이를 빼앗으려 하자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진보와 보수 단체 회원간에 말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경찰은 보수단체의 버스를 막았지만, 대북전단 살포 자체를 막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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