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북한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18일 개막식을 가졌다. 북한은 양궁과 탁구, 수영과 육상 등 4종목에 9명의 장애인 선수가 참가해 실력을 겨룬다.

한때 북한의 수도 평양에는 모든 장애인을 지방으로 강제 이주시켜 장애인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최근 북한 당국은 장애인 지원정책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북한의 장애인 정책과 국제경기대회 참가를 중심으로 최근 북한의 장애인 동향을 짚어본다.

불구자에서 장애인으로, 장애인 정책 적극화

▲ 지난 6월 1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평양학생소년궁전에서 ‘2014년 국내 장애자의 날 연환모임’이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조선불구자지원협회가 1998년 창설됐지만 북한 당국의 장애인 정책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은 2003년 6월 18일 ‘조선민주주의인공화국 장애자 보호법’ 제정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장애자보호법은 △장애자보호법의 기본, △회복치료, △교육, △문화생활, △로동, △보호사업 등 총 6장, 54조로 구성됐으며, 지난해 11월 21일 개정됐다. 장애인에 대한 무상치료제 보장(9조)과 노동력 상실 장애인에게 보조금 지급(40조) 등이 명기돼 있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법에는 북한이 지난해 7월 3일 서명한 ‘유엔 장애인권리 협약’의 내용이 반영돼 ‘장애자후원기금’ 설립 조항이 추가됐으며, 장애인 복지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남측과 달리 ‘장애자’로 표기해오던 북측은 지난해 6월 18일 장애인의날을 기해 ‘장애인’으로 표기를 통일해 ‘조선장애자보호연맹’도 ‘조선장애인보호연맹’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조선불구자지원협회는 2003년 장애자보호법 제정으로 조선장애자지원협회로 명칭을 바꿨고, 2006년 7월 다시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로 확대 개편됐다.

북한은 장애자보호법 제정일인 6월 18일을 장애인의날로 정해 매해 기념식을 갖고 있으며,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날은 2010년부터 공식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평양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린 ‘2014년 국내 장애자의 날 연환모임’ 행사에서는 장애인들이 무용과 노래, 악기연주와 마술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고,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 직원들과 평양에 체류 중인 해외동포들도 초대받아 참석했다.

▲ 북한은 1959년부터 각 도별로 농아학교와 맹아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정책이 본격화 된 것은 최근이다. 사진은 농아학교에서 수화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의 장애인 활동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2007년 구성된 조선장애자체육협회에 이어 지난해 조선장애인예술협회가 결성됐다.

또한 2013년 12월 조선농인협회가 발족한데 이어 올해 3월 21일에는 조선맹인협회가 결성됐으며, 지난해 조선장애어린이회복중심과 조선농인회복중심이 설립됐다. 북한은 각 도별로 농학교와 맹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이외에도 대외 지원을 연계하는 ‘민족 장애인.원아 지원 협력사무소’도 설치돼 그간 북한 장애인 지원사업에 앞장서온 재미교포 신영순 (사)푸른나무인터내셔널 공동대표가 소장을 맡고 있다.

<북한 장애인 관련 주요 일지>

1959년 9.2 농아학교 8곳, 맹아학교 3곳 설립
1998년 조선불구자지원협회 창설
2003년 6.18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장애자 보호법’ 제정
2003년 조선장애자지원협회로 개칭
2006년 7월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로 확대 개편
2011년 1월 조선장애자체육협회 발족
2012년 12월 런던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최초 참가
2013년 7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
2013년 가을 조선장애인예술협회 발족
2013년 10월 제3차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 참가 첫 메달 획득
2013년 11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정식 회원국 가입
2013년 11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장애자 보호법’ 개정
2013년 12.3 제4회 세계장애인의날 기념식
2013년 12월 조선농인협회 발족
2014년 3월 조선맹인협회 발족
2014년 3월 조선장애인어린이회복중심 설립
2014년 6.18 2014년 국내 장애자의 날 연환모임
2014년 10월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참가
 

활발해진 장애인 국제체육대회 참가

▲ 2013년 10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에 참가해 처음으로 장애인 국제체육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2011년 12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준회원국이 된 뒤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해 국제 장애인 체육계에 공식 등장했다.

6살 때 사고로 왼팔과 왼쪽 다리를 잃은 중증 장애인 림주성 선수가 국제수영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와일드 카드’로 참가권을 획득함으로써 수영 종목에 첫 출전한 것.

북한은 조선올림픽위원회 산하에 조선민족장애자올림픽위원회를 신설했으며, 2013년 11월에는 마침내 IPC 정식 회원국이 됐다.

또한 2013년 10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에 참가해 수영과 탁구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해 처음으로 장애인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북한 대표팀의 첫 메달은 탁구 개인전에서 리철성 선수가 따낸 동메달이었고 탁구 단체전에서 리철성, 마유철 선수가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어 림주성 선수가 수영 100m 자유형과 배영에서 은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이번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는 북한이 처음으로 참가하는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이며, 육상, 양궁, 탁구, 수영 등 총 4개 종목, 9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양궁과 육상 종목에 각각 리송철, 고종의 선수, 수영 종목에 심성혁, 김철웅, 정국송 선수, 탁구 종목에 리철송, 마유철, 전주현, 성금종 선수가 출전하며, 여자선수는 탁구 성금종 선수가 유일하다.

(사)푸른나무인터내셔널은 북측 장애인선수단 응원 서포터즈를 모집, 북한 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할 예정이다.

운명의 장난, 리분희-현정화의 재회 무산

▲ 리분희(오른쪽) 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이 6월 18일 장애인의날 행사장에서 신영순 (사)푸른나무인터내셔널 공동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의 주역 현정화-리분희 전 선수가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결국 두 주역의 재회는 불발됐다.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은 리분희(46)는 뇌성마비 아들이 있어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장애인 탁구선수팀 감독을 맡으면서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까지 겸하게 됐다.

2012년 런던패럴림픽과 2013년 제3차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에 북한 장애인선수단이 참가하는 등 북한 장애인 체육의 대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리분희 서기장도 국제무대에서 자주 눈에 띄었다.

특히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승리를 소재로 한 영화 <코리아>가 2012년 제작, 상영되면서 이 영화 제작사인 더타워픽쳐스의 이수남 대표가 2012년 5월 베이징에 전지훈련을 나온 리분희 서기장에게 현정화 감독의 반지와 편지 등을 전달하려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당시는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어 개인적인 친분마저 자유로이 소통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리분희 서기장은 “선물을 보낸 마음은 받겠지만 선물은 추후에 받겠다”면서 “정화의 마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보고 싶다. 만날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보기]

▲ 2012년 5월 영화 <코리아>에서 열연한 배우들과 함께 한 현정화 감독(오른쪽에서 세 번째). [자료사진 - 통일뉴스]
현정화(45)는 현재 대한탁구협회 전무로서 지난해 11월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 탁구 친선대회인 ‘피스 앤드 스포츠컵’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의 남측 감독을 맡았고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장으로 임명됐다.

따라서 이번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리분희-현정화의 23년만의 재회가 기대됐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또다시 불발되고 말았다.

먼저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이달 1일 음주운전 상태에서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켜 선수촌장에서 물러났다.

이어 이번 북한 선수단 참가 신청을 자신의 명의로 했던 리분희 조선장애자올림픽위원회 서기장은 지난 9월 25일 승용차를 타고 가다 교차로에서 트럭에 부딪쳐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병원에서 치료 중에 있던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 리분희도 훈련장에 나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을 고무해줬다”고 보도했다.

결국 현정화-리분희 모두 교통사고로 둘 다 대회 참가가 무산됐고, 기대를 모았던 이들의 역사적 해후는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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