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후 공개보도를 통해, 남북 군사당국자접촉 과정과 내용을 전통문까지 열거하며 상세히 공개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측은 지난 7일 발생한 남북간 NLL 함정교전과 관련,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총 세 차례 전통문을 보냈다.

북측은 전통문에서 남북간 NLL 함정교전을 언급 "쌍방 수뇌분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러한 사태가 지속된다면 관계개선의 출발선에서 들어선 좋은 흐름이 또다시 막히게 될 것"이라며 김관진 안보실장과의 '긴급단독접촉'을 제의했다.

그리고 북측에서는 특사와 접촉날짜, 시간, 장소까지 밝혔다고 했으나, 구체적 일시.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북측의 특사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단장으로 명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 특사가 김관진 실장을 지목한 대목은 빼놓고 '긴급단독접촉'이라고만 밝힌 바 있어 '거짓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북측 전통문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번 사건이 월선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었다. 북방한계선을 존중하고 준수하면 된다.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는 향후 적절한 계기에 논의하면 된다"고 거부했다.

이에 북측은 지난 8일 오전 1시23분, "우리의 긴급접촉제의는 결코 옳고그름을 따지면서 시비를 가르는 자리나 마련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적절한 계기나 운운하는 귀하의 무례무성의한 입장을 놓고 이미 합의한 고위급접촉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재차 '긴급단독접촉' 호응을 촉구했다고 통신이 전했으며, 이를 두고 남측이 NLL 함정교전 관련 '항의 통지문'이라고 여론을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측은 지난 10일 오전7시10분경 세번째 전통문을 보내 "제기된 사건의 심각성으로 하여 자정이 깊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성의껏 우리의 의중을 전하였지만 귀측은 아직까지 묵묵부답하고 있다"며 11일 10시까지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오전8시25분 긴급단독접촉을 수용, 김관진 안보실장이 아닌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자 북측은 김관진 실장이 수석대표로 나오지 않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충분한 대답을 줄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인물이라면 우리는 그가 누구든지 개의치않고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답을 보냈으며, 결국 15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군사 당국자접촉이 개최됐다.

北 "NLL 문제 해결하려 했지만 남측이 거부"

통신에 따르면, 북측은 NLL 문제와 관련 △쌍방은 그 어떤 경우에도 서남해상의 예민한 수역, 예민한 선을 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 △고의적인 적대행위가 아닌 이상 절대로 선사격 금지, △충돌 야기시킬 수 있게 규제된 현재 교전수칙 수정, △불의적이고 복잡한 상황이라도 대화와 접촉을 통한 해결 등을 제시했다.

그리고 불법어선단속과 관련 남북 함정이 약속된 표식을 달아 우발적 총격을 막자고 제안했다.

또한,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살포와 관련, 남측 당국에서 막을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는 삐라살포가 지속되는 험악한 환경에서는 그 어떤 대화도 성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남측은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북측의 NLL 문제해결 제안을 거부했다고 통신이 주장했다.

통신은 "남측은 분단의 세월이 오래고 체제가 다른 데로부터 북과 남의 인식차이, 이질적 차이가 심하다고 운운해대면서 그 때문에 우리 측이 고심하여 내놓은 제안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억지를 부렸다"며 "서남해상에서의 긴장해소와 반공화국삐라살포 중지문제를 다루는 긴급접촉 그 자체를 달가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 5분까지 진행된 오전 회의 이후, 오후 2시에 열린 오후회의에서 "남측은 우리측이 진정을 다해 상정시킨 현실적인 제안들에 대하여 그 어떤 이유와 구실도 없이 막무가내로 논의 자체를 회피해 나섰다"며 "한마디로 우리측이 내놓은 제안에 대한 전면 거부, 전면 반박이었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살포 문제에 대해 당시 접촉에서 북측은 "남측이 북남관계 개선을 국책으로 내세웠다면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서라도 삐라살포를 막아야 민족 앞에 지닌 책임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수석대표로 나온 데 대해서도 "북남대화에 대한 일종의 우롱이고 모독"이라며 "긴급접촉기간 동에 닿지 않는 말만 거듭하면서 우리측 제안에 대하여 그 어떤 견해도 내놓지 못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측은 특사의 자격을 가지고 나왔다"고 강조, 남측 수석대표에게 "청와대 안보실이나 대통령에게 빨리 알려 확답을 가지고 나오라고 질책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이번 접촉에서 남측의 무례무도한 처사와 고의적인 도발에도 불구하고 최대의 인내와 아량을 표시하였다"며 "마지막까지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조건에서 2차 고위급접촉의 전도가 위태롭게 되었다"고 언급, 남북 군사당국자접촉 결렬을 선언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접촉에서 '5.24조치'가 언급됐다고 설명, "천안함, 연평도 사건 관련해서 북측 책임임을 상기시켰다"고 설명했지만 <조선중앙통신> 공개보도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北 "'긴급단독접촉', 남측이 비공개 요구"

정부는 지난 10일 언론 보도를 통해 남북 군사당국자접촉이 알려졌지만, 오후 4시 20분경 국방부 대변인 발표 이전까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관했으며, 국방부 당국자는 "남북이 서로 비공개 하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북측은 당초 '긴급단독접촉' 공개 입장에 남측이 비공개를 요구해 합의했지만,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오후 회의에서 남측이 공개입장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통신에 따르면 남북 군사당국자접촉 회의에 앞서 북측은 "이번 접촉이 북남관계개선의 오솔길을 대통로로 만들고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시려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높은 뜻을 받들어 마련된 것만큼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남측은 비공개를 요구, 북측이 이에 합의했다는 것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내용이다.

하지만 남측은 오후회의에서 "오늘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북남긴급접촉이 벌써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되었다"며 "서해해상 총격전과 전단살포 문제를 취급하였다는 것을 보도하자"고 말했다.

이를 두고 통신은 "북남긴급접촉을 전부 공개하자고 한 우리의 요구에 불응하여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하였던 남측의 돌변한 태도였다"면서 북측 대표는 "보도문제는 접촉이 끝난 후에 결정할 문제"라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날 남북 군사당국자접촉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북측은 회의 내용 공개 의사를 밝혔고, 이에 "남측은 중대한 사안, 심심한 우려라는 표현을 남발하면서 불안을 금치 못하였다"고 주장했다.

北,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 개최 무산 암시

이번 남북 군사당국자접촉 결렬을 두고, 북측은 지난 4일 합의한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 개최 합의 무산을 암시해 주목된다.

통신은 "악화일로만을 치닫던 북남관계를 돌이켜볼 때 지금 쌍방이 최선을 다하여 관심해야 할 것은 정세를 긴장시키고 불신과 대결을 조장시키는 적대행위를 철저히 중지하는 것"이라며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데 우리측 제안의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남조선 당국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만적인 대화타령과 통일주장으로 제임기나 무난히 치르려는 속내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크게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그가 누구든 민족의 지향과 겨레의 이익을 자기의 이기적 흉심에 악용한다면 천벌을 면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북남관계개선의 새로운 역사를 쓰자는 우리의 진정이 슴밴 의중을 절대로 오판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일정에 오른 북남 고위급접촉 개최의 전도가 위태롭게 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라면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무산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면서도 "남조선 당국은 온 겨레가 엄한 시선으로 차후 움직임을 각성있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수정, 17일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