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겸 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전격적으로 인천을 다녀갔다. 북측대표단이 인천을 방문한 시간은 12시간 30분 정도였지만 그 ‘충격파’는 컸다.

우선 시점이 절묘했다. 원래 남북대화의 계기로 삼으려고 했던 인천 아시아게임 마지막 날이었고, 마침 10.4선언 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던 9월도 다 지나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강’을 지나기 직전이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연설에 대해 북한이 비난 강도를 높이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회의감이 확산되는 시점이었다.

북한은 지난 7월 7일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 파견을 발표했을 때 이미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과 김양건 비서의 인천 방문을 검토했을 가능성이 크다.

황병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왜 왔나?

▲ 북측 최고위급 대표단인 황병서(가운데), 최룡해(오른쪽), 김양건. [사진 - 인터넷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응원단 파견을 위한 실무협의가 결렬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방안을 이번에 다시 꺼내 든 셈이다. 북측 선수단이 종합순위 7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리고 남북 여자축구경기를 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전격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것도 격을 높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단장으로 내려왔다. 황 부위원장도 “우리가 사실 전격적으로 방문”했다고 밝혔다.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듯 군, 당, 대남분야를 대표하는 세 사람의 방문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황병서 부위원장이 내려온 의도에 대해서는 다양하면서도 엇갈리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한 가지 놓친 대목이 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부위원장의 만남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과 북측 대표단은 2시간 가까이 함께 식사를 하며 남북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국방부 장관 시절부터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을 겨냥해 ‘역도’, ‘군사깡패’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남북 대결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거론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관진 실장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대화의 자리에 나왔다. 김관진-황병서 라인이 구축된 것이다. 황 부위원장은 북측이 ‘벌초 대상 1호’라고까지 규정했던 김 실장의 손을 먼저 잡는 등 여러 차례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것은 전통적인 남북대화 통로인 이른바 ‘통-통(통일부와 통일전선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남측의 청와대와 북측의 국방위원회가 남북관계의 큰 틀을 짜는데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다.

지난 2월 1차 남북고위급접촉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북측의 국방위원회 통로(당시는 남측의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북측의 원동연 당 부부장)가 처음 가동된 후 이번에는 두 기구의 책임자가 만나 대화를 나눔으로써 청와대-국방위원회간 대화창구를 확고히 한 셈이다.

담당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이의 직통라인이 마련된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서 부서마다 다른 소리가 나오는 것을 차단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을 왜 만나지 않았나?

▲ 오찬회담에 마주한 남북 대표단. [사진 - 인터넷 사진공동취재단]
황병서 부위원장이 북측대표단의 단장으로 내려오면서 박 대통령과의 면담이 예상됐지만 빗나갔다. 남측에서는 ‘청와대 예방 의사가 있으면 준비할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황병서 부위원장은 “이번에는 아시안게임을 위해서 왔으니 다음 번에 뵙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 예방 제안을 북측이 거부한 모양새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때 1박 2일 일정으로 방남한 ‘특사 조의방문단’(단장 김기남 당 비서)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체류 일정을 하루 늦춰 이 대통령을 만난 사례와 비교된다.

이를 두고 ‘황병서 부위원장이 군복 차림으로 청와대를 예방하는 형식에 대해 조율되지 않아 무산됐다’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북측이 남북합의가 향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지난 2월 1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이뤄진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북측이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측이 파격적인 대표단 파견으로 남측이 제안한 2차 남북고위급회담을 수용했지만 아직까지 박근혜 정부의 10.4선언 이행의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은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구두메시지가 없었던 이유다. 북측 대표단 파견을 앞두고 사전에 남북간 접촉과 조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합의사항까지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왜 최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나?

▲ 남측도 이례적으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한기범 국정원 1차장 등이 총출동했다. [사진 - 인터넷 사진공동취재단]
북측은 최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 인권 문제 제기 등을 이유로 거부해온 남측의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 제안을 수락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남북고위급접촉 합의가 구체적인 성과일 뿐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고위급회담 수용은 전통문으로도 가능한 사안인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김정은 제1위원장의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내려왔다. 당연히 이런 저런 의문이 쏟아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 대표단의 ‘급’에 비해 메시지가 너무 낮은 수준인데, 정상회담이나 장관급 회담 등이 거론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며 “대화로 현안을 해결하자는 것 자체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메시지일 수 있고, 오늘 오찬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자리였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대표단을 통해 직접적인 성과물을 얻어내기보다는 대외.대남 이미지 개선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일본과의 관계 개선, 다소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징검다리로 대화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측의 의도가 단순하게 이런 차원이었다면 굳이 황병서 부위원장이 단장으로 내려올 이유가 없다. 좀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남북 간의 ‘대결상태 해소’를 명분으로 당국간 대화를 재개할 뜻을 밝혔다.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은 1월에 상호 비방 중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대 제안’을 내놓았고, 2월에 남북고위급회담에 나왔다. 그 결과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치러졌지만 한미합동군사연습기간 남북의 긴장은 오히려 고조됐고,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이 나오자 ‘흡수통일 기도’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북한은 일정한 냉각기가 지나자 6월 30일 ‘특별제안’을 발표해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과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특별제안’의 후속조치로 북한은 7월 7일 ‘공화국 정부성명’을 통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함께 대규모 응원단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나흘 후 남측은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한미군사훈련의 중단과 5.24 대북제재 철회, 비방.중상을 포함한 적대행위의 중단 등을 요구하며 부정적 입장을 표시했다. 그리고 7월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를 맞아 화환을 전달하는 계기를 통해 김양건 비서가 직접 북한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남측의 제2차 고위급접촉 제안을 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했으나 “핵 문제를 거론하면서 어떤 것을 하자고 하는 것은 그 내용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평양에서) 한다. (한미) 군사훈련도 왜 하필이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려는가”라며 남북간 접촉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야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선핵폐기와 같은 전제조건이 없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할 뜻을 남측의 지도자가 결단해야 남북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그후 북측 응원단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된 실무접촉이 ‘절차와 조건 문제’로 결렬되고, 남측이 핵과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남북관계는 좀처럼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달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측은 남북관계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최고위급 대표단 파견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올해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북한은 신년사에 밝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남측의 대응에 따라 강온정책을 번갈아 가면서 구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대남정책이 ‘너무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 ‘조변석개로 신뢰할 수 없다’, ‘북한 지도부의 정책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평가는 단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왜 ‘황병서 카드’를 내놓은 것일까?

▲ 군복 차림의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방문이 가장 눈에 띠었다. [사진 - 인터넷 사진공동취재단]
첫째는 여러 요인으로 달성하지 못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돌파구를 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화의지를 좀더 강력하게 표시하면서 10.4선언 이행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최종적으로 파악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끝난 뒤 북측 대표단은 평양의 훈령을 받고 남측의 환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며 정홍원 총리 재면담을 요청했다. 면담 자리에서 황병서 부위원장은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가는데 성과가 많다.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를 열어가자”고 밝혔다. 북측 나름대로 거둔 성과를 평가한 대목이다.

최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통해 꼭 막힌 남북관계에 새로운 통로(오솔길)을 내고, 다방면의 교류 협력을 통해 정상회담(대통로) 성사까지 나가자는 것이다.

둘째는 강온파 간의 대립으로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좀더 유연한 대북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김관진-황병서’라인의 구축도 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측은 최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함으로써 남측의 통일안보라인에 있는 국가안보실(김관진 실장과 김규현 1차장), 통일부 (류길재 장관과 김남식 차관), 국가정보원(한기범 제1차장), 청와대 통일비서관 등을 한꺼번에 만났다. 차관급의 창구인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나눌 수 없는 논의를 관계 부처의 최고위급이 만나 두루 이야기를 나눈 셈이다.

상호 비판 중에 쌓인 서로간의 ‘오해’를 풀 수 있는 ‘상견례’의 장이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6월 ‘특별제안’을 발표한 후 “남조선 당국이 덮어놓고 의심만 할 것이 아니라 대담하게 상대방이 내민 화해의 손을 맞잡고 서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신뢰도 생기고 북남관계 개선도 전진하게 된다”며 특별제안 수용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대표단 파견을 통해 북한은 남측이 ‘특별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셈이다.

다른 한편, 황병서 부위원장과 최룡해 비서의 방남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강온으로 나눠져 있는 차이를 해소하고 이른바 ‘대화론’에 힘을 실어주는 상징적인 조치였다.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은 순항할까?

▲ 북측 대표단은 폐막식에서 남측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기립해 예를 갖췄다. [SBS 캡쳐사진 - 통일뉴스]
북측의 최고위급 대표단 방남을 계기로 남과 북은 10월 말~11월 초(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행사가 끝난 후)에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했다. 이 회담의 성과가 이후 남북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큰 방향타가 될 것이 분명하다.

2차 고위급 접촉에서는 남과 북이 제기하는 의제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에서는 ‘드레스덴 선언’의 취지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설명하고,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 문제와 교류 확대를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핵문제 해결 등을 의제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북측에서는 10.4선언의 이행을 강조하며 상호 비방 중지,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전단 살포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이 다양한 대화의 형식과 내용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와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했던 표현과 말 속에 남북간 교류협력의 시작을 하는 데 있어서 방향을 암시하는 식의 말이 많았다”며 “전달되지 않은 많은 대화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번 방문을 쉬운 분야부터 남북관계를 여는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로 삼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단계를 나눠 향후 전망을 해 볼 수 있다. 즉 2차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상봉, 상호 비방 중지,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일정한 합의가 나오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1단계는 일단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필요한 조치’ 이행을 전제로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의 방안을 제시하고 북한도 이산가족 상봉 규모 및 환경.사회문화 교류 확대 등의 반대급부를 제시하면서 남북 관계가 예상보다 빠른 진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내년 2월 한미합동군사연습 이전까지이고,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수위가 남북대화의 지속여부를 규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과 6자회담 재개가 변수

그러나 2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 질 것이다. 남과 북 사이에 ‘근본적 문제’ 설정 및 해법에 차이가 크고, 미국.중국 등 주변국가들과 관계, 6자회담 재개 여부 등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남측은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비방중상과 도발위협을 중단함은 물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근본 위협인 핵 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6자회담과 남북대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내부적 합의를 모으고, 정책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 견해가 많다.

이에 반해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 등을 “체제통일 야망의 산물”이라고 비난하고, 핵.인권 문제를 지적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수치스러운 사대 매국행위”라고 주장하며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성실한 이행이 남북관계 개선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측 최고위급 대표단 파견도 “북남공동선언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변”이라며 “10.4 선언에는 정치와 경제, 군사와 안보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체육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나갈 데 대한 항목도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단순하게 말하면 ‘드레스덴 선언’과 ‘10.4선언 이행’의 대립 구도다. 이같은 남과 북의 입장차이는 실무차원에서 좁힐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자주 쓰는 표현처럼 ‘최고지도자의 결단’의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남과 북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될 1단계를 넘어 근본적인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는 2단계에 진입하려면 남북정상회담까지를 염두에 둔 대화프로세스가 마련되어야 가능하다.

북측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일관되게 ‘현안의 포괄적 논의’와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했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북한의 ‘비난공세’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줄었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하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미, 북일관계가 진전되면서 박근혜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정세 변화에 따라 대화의 수준을 높여 가는 상황의 도래이다. 6자회담 재개 여부가 구체적인 징표가 될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상황에 따라 선후관계를 두고 있지만 한국, 미국, 일본에 대해 적극적인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그 결과 미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모색단계에 있지만 북.일 교섭은 상당한 수준까지 진전되어 있다.

현재 남과 북의 주장, 동북아의 정세는 남북대화를 촉진하기보다 제약하는 요소가 더 강하다. 구조적으로 보면 급격한 남북관계의 진전과 남북정상회담 국면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국면을 만드는 게 역사의 과정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이제 공은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왔다. 북한이 ‘특단의 조치’로 내민 손을 한국과 미국이 잡느냐, 뿌리치느냐가 향후 3년 동안의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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